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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영화관 매출



지난 10년간, 할리우드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었다바로 관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멀티 플렉스관 등의 확장으로 인해 매년 새로운 관중 기록을 갱신하고 있지만, 이와 상반되게 작년 미국내 현장 티켓 판매는 1920년 이래로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극장과 영화사들이 관객이 줄어들면서 발생한 손해를 메꾸는 방법은 티켓 가격을 올리고, 좌석에 앉아 있는 관객들에게 직접 음식을 팔며, 프리미엄 가격으로 좀 더 편안하고 좋은 좌석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최근에 워너 브로스 스튜디오에서 발표한 것과 같이 스튜디오의 지적 재산권을 이용해 장난감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내놓은 수많은 대책 중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바로 3D 영화였다. 지난 2009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에서 선구적으로 도입되었던 이 신기술 덕분에 할리우드는 새로운 답을 찾았다 즐거워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3D로 제작되고 개봉되는 영화들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관객들에게 3D 영화가 특별한 경험에서 거의 모든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마지못해 채용하는 일상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여름 할리우드 영화계의 새로운 구세주가 또 다시 등장했다. 바로 어제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가 채용한 70mm 필름이다.



70mm 필름 영사기



할리우드에서도 대화면을 선호하는 것으로 유명한 놀란은 가능한 한 가장 큰 화면을 통해 영화를 찍는데 이미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다. 2008 <다크 나이트>를 시작으로 놀란은 본인이 감독한 영화에서 아이맥스 카메라를 이용해 몇몇 시퀀스들을 촬영했다.(인셉션 제외) 예를 들어,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의 은행강도 시퀀스,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베인의 비행기 강도 시퀀스 같은 인상적인 장면에서 아이맥스 카메라가 사용되었다.

 

<다크 나이트>에서는 단 28분만이 아이맥스 카메라를 통해 촬영되었지만,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인터 스텔라>에서는 1시간이 넘었고, 올해 개봉한 <덩케르크>에서는 106분에 달하는 런닝 타임 전부를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했으며 이를 미국 전역 125개의 70mm 영사기를 통해 개봉했다.


70mm 영사기

 

<아라비아의 로렌스>같은 고전 영화에서 주로 사용하던 이와 같은 개봉 방식은 디지털 영사기가 대중화되면서 이미 사장되어버린 오래된 유물이었다.

 

필름과 디지털의 가치에 대한 논쟁이 다시 뜨거워졌다. 놀란은 필름 영사 방식에 대한 지지자임을 분명히 했고, 본인의 영향력을 활용해 이 같은 방식을 보존하도록 오랫동안 노력해왔다. <덩케르크>는 놀란의 이런 노력에 대한 분명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인터스텔라>는 아이맥스 극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기록했다. <덩케르크>는 안경을 써야하는 3D의 엄청난 불편함도 없으며, 갑자기 흐려지거나 포커스가 나가는 어지러운 액션 장면도 없고, 이미 안경을 착용하고 있는 관객들에게 두통을 주지도 않으면서 엄청나게 흥분되는 관람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사람들을 더 많이 극장으로 불러모으고,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할 것이다.


 

유일한 단점은 70mm 프로젝터가 엄청나게 비싸며, 이에 따라 영화관들이 70mm 프로젝터를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꽤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아바타>의 기록적인 성공 덕분에, 영화관들마다 3D 영사기를 설치했다. 2015년 영화사 웨인스타인 컴퍼니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The Hateful Eight> 70mm 영사기 개봉을 위해 영화관들로 하여금 총 8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 70mm 영사기를 설치하도록 했다. 비록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여 총 5400만불의 미국내 박스오피스 수익을 내고, <The Hateful Eight>역시 그에 걸맞는 영상미를 뽐냈지만, 영화관들에게 70mm 영사기를 설치하라고 한 것 치고는 액션 시퀀스보다는 한 방에 둘러 앉아 수다 떠는 영상이 대부분이라 70mm 영사기의 위력은 잘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에서는 화려한 공중전 시퀀스와 대규모 해상 구조 씬이 가득하기에 70mm 영사기에 좀 더 적합한 영상을 뽑낼 수 있다. 그리고 관객이 여기에 제대로 반응한다면, <덩케르크> 70mm 영사기 포맷의 완전한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70mm 영사기를 사용하는 감독은 놀란, 타란티노, 폴 토마스 앤더슨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앞으로 대부분의 액션 영화에서 70mm가 표준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70mm가 대세가 된다면 편안한 좌석, 높은 간식 가격 등과 마찬가지로 영화 티켓 가격 상승을 정당화 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70mm 영사기가 성공을 거두는지에 상관 없이, 3D 영화는 더 이상 답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3D 영화는 판을 바꿀 수 있는 기회였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할리우드 영화계는 3D를 이용하여 독창적이고 예술적이며 창의적인 영화 관람 경험을 관객들에게 제공하는 대신 그저 아무런 의미없이 특수효과를 끼워 넣는 게으른 모습을 보였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에서 영화의 판타지 세계를 더 생생하게 만들기 위해 3D 기술을 사용했고 <그래비티>,<닥터 스트레인지> 정도만이 3D를 이용해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들었을 뿐이었다.

 

카메론은 안경이 필요 없는 3D 기술을 이용한 <아바타 2>를 통해 다시한번 판을 바꿔보려 하고 있지만, 아직 이 기술은 이론적인 단계에만 머물고 있다. 놀란의 70mm 영사기는 이에 비해 훨씬 더 현실적이다. 그리고 영화 스튜디오들은 <덩케르크>의 흥행성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관객들이 집에서 편하게 영화를 보거나 혹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TV 드라마를 보는데 더 익숙해지면서, 극장들은 영화관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는 아주 강력한 해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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