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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잡> 그리고 금융 쿠데타

category # 감 상 문/#2 기타 2017. 7. 1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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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JOB




2008년 세계 경제를 휩쓴 금융위기가 시작된지도 내년이면 10년차를 바라보고 있다. 이 위기를 바라보는 각각의 관점도 달랐고 그에 따라서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도 달랐지만 결국 근본적인 원인을 탐욕, 도덕성의 상실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잡, Inside Job> 역시 그런 견해에서 출발한다. 2007년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까지도 가장 견실하고 성공적인 자본주의 체제를 건설했다는 평을 받았던 아이슬란드에서 국내 총생산의 10배가 넘는 은행 손실이 발생하게 된 과정은 지금 다시 돌이켜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영화된 은행들은 해외에서 천억 달러 이상을 차입해 버블을 만들었고, 이를 위해서 정부에서 나온 감독관과 신용평가 회사들에게 돈을 뿌렸다. 이들은 은행에게 유리한 각종 보고서들을 쏟아냈고, 마침내 버블이 터졌을 때 그 모든 비용은 아이슬란드 국민들이 치러야 했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의 금융위기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월스트리트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라도 했다.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정치 후원금을 내고 학자들의 연구비를 지원하며 끝내는 정부 각료를 배출하기까지 하였다. 이 모든 공작의 결과 대공황 이후 금융업계를 제어해왔던 각종 규제들이 하나씩 철폐되었으며 이들 금융기관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행해졌다.


미 연준의장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재무부장관 래리 서머스 그리고 전 시티그룹과 골드만 삭스 CEO이자 재무부 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루빈. 이 세 사람은 19992월호 타임지에서 세계 경제를 구할 3총사라며 극찬을 받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금융위기를 일으킨 주범으로 규탄 받고 있다





만들어진 버블



세계 경제를 구할 삼총사


그린스펀은 20여년간 연준의장직을 수행하면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며 매번 위기 때마다 그린스펀 풋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시장에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하여 버블을 발생시켰으며 로버트 루빈과 래리 서머스는 이번 금융위기의 직접적 원인이 된 상업은행의 투자은행 겸업과 변종 보험상품 판매 허가를 주도하였다. 그리고 루빈과 서머스는 이후 헤지펀드와 거대 금융그룹들로부터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수입을 얻었다. 공직자로서 적절한 활동이었는지 아니면 거대 금융그룹들과 결부된 사적이익을 위해 이런 일련의 행동들을 한 것인지 굉장히 의문시 되는 부분이다.


이들은 단지 단편적인 예시일 뿐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간단히 풀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장기간의 저금리 시대와 그린스펀 풋으로 버블이 발생한다. 주택시장에서 특히 그랬는데 주택 구매자들은 은행에서 간편하게 돈을 빌려 집을 샀다. 대출자들은 수십년 간 기다려서 대출금을 회수하는 대신 간편하게 투자은행에 모기지를 팔아넘긴다. 투자은행은 이 모기지들을 엮어서 파생상품을 만든 후 신용평가 회사의 지원을 받아 이를 전 세계에 투자자들에게 팔아넘긴다. 이런 효율적이고도 간단한 증권화가 문제가 되었던 것은 이 과정에 사이사이에 탐욕이 개입되었던 것이다.






먼저 대출자들은 일단 대출이 발생하면 손쉽게 투자은행에 팔수 있었다


따라서 모기지 상환 능력에 관계없이 막대한 대출을 발생시켰다. 심지어 원금회수도 불투명한 약탈적 대출을 광범위하게 실행하였고 이는 사실상 강도짓과 다르지 않았다


두 번째, 투자은행이 파생상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글래스-스티걸법이 폐지되었다. , 상업은행의 투자은행 겸업 제한이 해제되게 된 것이다. 시민들이 상업은행에 저축한 막대한 예금이 투자은행의 돈놀이에 흘러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레버리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투자은행들은 차입금을 마구잡이로 늘리기 시작했고 이런 차입금은 자기자본의 30배에 달하기도 하였다


이런식으로 만들어진 파생상품을 투자자들에게 팔아넘기려면 신용평가회사들의 신용평가가 필요했는데, 신용평가사 역시 투자은행으로부터 막대한 수수료를 받고 대부분의 모기지들을 AAA등급을 평가했다. 서브-프라임 즉 저신용 대출조차도 여러 가지 단계들을 통해서 투자 적격등급으로 판정받고 광범위하게 팔려나갔다.


그러나 이모든 탐욕스런 금융그룹들의 행위 중에서도 백미는 그들의 신나게 쌓아올린 버블이 붕괴하기 시작했을 때 나타났다


금융 쿠데타



영화 마진콜 Margin Call'에서는 거대 투자은행에서 밤사이에 그들의 MBS , 주택 저당증권이 몇 일내로 파산하게 될 것을 발견하자 그들의 모든 상품들을 지금껏 거래해 왔던 다른 회사들에게 팔아넘긴다. 그리고 영화속에서 특정기업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


영화 <마진 콜, Margin Call>


골드만 삭스는 깡통 부채담보부증권CDO를 그들의 고객사들에게 팔아넘겼다. 동시에 CDO가 파산할 경우를 고려해 AIG에 일종의 보험을 들어놓고 다시 AIG의 파산에 대비하여 재보험을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AIG가 파산하였을 때 골드만삭스 출신 정부 고위 관리들은 AIG에게 구제금융을 해주었다. 물론 AIG에 지원된 미국 납세자들의 혈세는 골드만삭스의 손실을 충당하는데 사용되었다.



돌이켜 보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가능했던 것은 그 동안 금융회사들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있던 강력한 규제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거대 금융그룹 출신의 정부 고위 관료, 막대한 로비가 뿌려진 의회, 그리고 연구비를 지원받는 학자그룹들에 의해 이런 규제들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Inside Job과 비슷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Capitalism: A Love Story에서 금융위기 발발 직후 금융업계에 대한 7000억 달러 지원 법안이 통과되었을 때 무어 감독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이번에 일어난 일을 쿠데타라 칭한다면 너무 과장일까요? 금융쿠데타요.” 국가의 모든 권력이 거대 금융그룹들의 투기를 지원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도박이 실패하자 국민들의 혈세를 그들에게 아낌없이 지원해주었다.



한바탕의 금융위기가 지나간 후 수많은 기업들이 무너지고 실업률이 최고로 치솟았다. 정부의 빚은 너무 많아지고 시민들은 가난해졌다. 하지만 정작 이 모든 위기를 초래한 기업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리먼 브라더스, 메릴린치, 베어스턴스, AIG는 무너졌지만 그 자리는 골드만 삭스, JP 모건 그리고 시티은행 그룹 같은 이번 금융위기의 원흉들이 고스란히 차지했다. 그 누구도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지 않았다. 오히려 금융회사의 고위 간부들은 구제금융을 이용하여 보너스 파티를 벌였고 이는 리먼, 메릴린치 같이 파산해버린 회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다큐멘터리에서 뇌신경학자들의 최근의 연구결과를 소개하였다. 돈을 벌 때 자극을 받는 쾌감이 마약을 할 때와 비슷하다고 한다.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많은 설명이 있을 수 있겠지만 돈에 대한 끝없는 욕망이 가장 큰 원인중 하나일 것이다




경제학 초기에는 개인의 이익 추구가 경제발전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지만 이제 통제되지 않은 그리고 통제 될 수 없는 고도로 조직화된 집단의 이익추구는 자본주의 시스템 전체에 대한 거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자본주의가 성실한 노동보다 도박꾼들에게 미소를 지어준다면 이는 결코 건전하다고 할 수 없다. 금융산업은 현대 사회의 심장과도 같다. 이 심장이 탐욕이라는 독에 썩어간다면 우리 몸은 오래가지 않아 쓰러질 것이다. 도덕성의 회복이 그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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