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는 (실제)지형이 아니다
일부가 전체를 설명하는 아주 우스꽝스러운 분야가 바로 역사이다.
-Will Durant
모든 모델은 틀렸다. 그러나 그 중 일부는 유용하다.
-George Box
“당신네들 나라에서 배운 것이 또 있지요.” Mein Herr가 말했다. “지도 제작. 그러나 우리는 당신들보다 더 나아갔습니다. 당신이 생각컨데 얼마나 지도의 축척이 어느정도 되야 쓸만하다 할 수 있겠습니까?”
“아마도 1마일당 6인치 정도겠지요.”
“겨우 6인치요?” Herr는 소리를 질렀다. “당신네들에게 배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1마일당 6야드까지 지도를 만들었죠. 그리고 곧 1마일당 100야드짜리 대축척 지도에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위대한 생각이 떠올랐어요. 우리는 1마일당 1마일 크기의 실제 국가지도를 만들었습니다.”
“그거 실제로 사용할 수는 있긴 한 것입니까?” 나는 어이가 없어서 물어보았다.
“아직 펼쳐 보지도 않았죠.” Herr가 대답했다. “농부들이 반대하네요, 지도를 펼치면 나라 전체를 뒤덮어서 햇볕을 가린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국토 그 자체를 지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정확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Sylvie and Bruno Concluded
1931년,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뉴올리언스에서 수학자 알프레드 코집스키, Alfred Korzybski는 수리적 의의학(mathematical semantics)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에게, 이 논문의 대부분은 수학과 인간 언어 그리고 실제 세계의 관계에 대한 난해한 논쟁에 대한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맞지만, 사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에겐 그리 큰 유용성이 있는 논문은 아니었다.
그러나 언어구조에 대한 그의 주장에서 Korzybski는 지도가 실제 영토가 아니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대중화했다. 다시 말해서, 어떤 물건에 대한 설명은 물건 그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추상적 개념은 추상화된 것이 아니다.’ 이 주장은 엄청난 실용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Korzbski의 주장에 따르면
- 지도는 실제 지형의 형태와 유사하거나 유사하지 않은 형태를 가질 수 있다.
- 두개의 유사한 구조는 유사한 "논리적"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정확한 지도에서 드레스덴이 파리와 바르샤바 사이에 있는 경우 실제 지형에서도 드레스덴은 파리와 바르샤바 사이의 어딘가에 존재한다.
- 지도는 실제 지형과 다르다.
- 이상적인 지도는 지도의 지도의 지도의 지도의 지도의 지도의 지도를 포함하고 있따. 우리는 이와 같은 현상을 자기 반영성이라 부른다.
지도는 필요하지만 또 결함도 존재한다. (지도를 통해 우리는 묘사, 이론, 모형 등을 포함하여 현실 세계를 추상화 할 수 있다.) 지도의 문제는 단순한 추상화가 아니다. 물론 추상화는 필요한 작업이다. Mein Herr가 1마일 당 1마일의 축적을 가진 지도를 만들었다는 것을 듣고 Lewis Carrol은 이 사실을 분명히 했다. 현실과 1:1로 대응하는 이 같은 지도는 물론 추상화에 따른 문제점이 존재하지 않지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유용성 역시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리고 현실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의 정신은 현실 세계의 지도를 만든다. 현실의 복잡성을 처리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추상화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지도나 혹은 이 지도의 한계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사실 우리는 추상화에 너무 의존해서 잘못된 모델을 사용하곤 한다. 어떠한 모델이라도 있는 것이 전혀 없는 것 보다는 낫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술 취한 사람이 어두운 밤에 길에서 열쇠를 떨어트렸는데, 떨어진 자리를 찾아보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곳이 밝기 때문에’ 가로등이 불빛을 비추고 있는 곳에서 찾고 있었다는 우화를 떠올려보자)
가장 훌륭하고, 유용한 지도조차도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Korzbski는 우리에게 몇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A) 우리는 인지하지 못할 수 있지만, 지도는 부정확 할 수 있다. (B) 지도는 필연적으로 실제 현실에는 존재하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이 있을 수 있으며, 지도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정보가 제거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또한 (C) 지도를 읽을 때는 해석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중대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지형과 지도는 매우 유사하지만 그렇다고 지도가 실제 지형의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는다.
현대 심리학의 발전 덕분에, 우리는 또 다른 이슈를 발견 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주변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지름길과 논리적 도약을 이용한다. Charlie Munger가 지적했다시피, 좋은 아이디어와 인간의 마음은 마치 정자와 난자처럼 작용한다. 첫 번째 좋은 아이디어가 들어오면, 문은 닫히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도-실제 지형의 문제는 망치를 가진 사람의 딜레마와 비슷한 형태를 띄게 된다.
망치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마치 못처럼 보인다. 만약 당신에게 한가지 모델 밖에 없다면 당신 눈앞에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그 모델에 끼워 맞추려 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서로 다른 여러 모델을 알고 있다면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서로 다른 여러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며, 그 덕분에 올바른 해결책을 발견해 낼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분명히 현실을 단순화 하려는 우리의 노력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 강력한 모델이 잘 작동하는 것을 경험했을 때, 우리는 전혀 관계가 없는 다른 상황에서 이 방법을 무리해서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방식의 적용범위를 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이로 인해 여러가지 문제들이 발생한다.
그 예시들을 살펴보자.
애플 스토어와 백화점
대부분의 평가에 따르면, 2011년 여름 론 존슨, Ron Johnson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소매 경영자 중 한 명이었다. 애플 스토어를 관리하도록 스티브 잡스에게 발탁 되어서 뿐만이 아니라, Ron Johnson 본인 역시 세계에서 주목 받는 경영자였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와 론 존슨
애플에서 Johnson의 노력은 즉각적으로 효과를 발휘한 것은 아니었지만 끝내는 효과를 가져왔다. 2001년 수익성 논란과 함께 출범한 애플 스토어는 2011년에 접어들자 매장 면적당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생산성을 올리며, 소매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뉴욕의 5번가에 자리잡은 매끈한 유리 건물은 자유의 여신상보다 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인기있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이는 평범한 성공 그 이상의 것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끈 것이 바로 Johnson이었다.
이 성공으로 덕분에, 2011년 Bill Ackman, Steve Roth 그리고 금융위기로 인해 초토화된 백화점 체인 JCPenney가 Johnson에게 영입을 제안했다. 그 당시 JCPenny의 상황은 매우 어려왔다. 1992년부터 2011년 사이에, 이 백화점의 소매시장 점유율은 57%에서 31%로 감소했다.
JCPenny의 핵심 포지셔닝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JCPenny는 미 전역에 걸쳐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었다. Johnson은 JCPenny의 매장 위치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람들은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백화점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도보 통행량도 문제가 없었다. 50,60 그리고 70년대에 주로 이 매장들을 마련했는데, 이 시기는 백화점의 전성기였으며, 임대료도 저렴했고, 다른 경쟁력도 충분히 존재했다. 그리고 다른 소매상들과 달리 JCPenny는 어쨌는 수익을 적게나마 내고 있었고, 개혁을 하는데 충분한 자금이 있었다.
Johnson은 애플에서의 경험을 살렸다. 최고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며, 일관된 가격정책, 완벽한 진열, 세계 일류 상품이라는 요소들을 백화점 경영에 접목시켰다. Johnson은 계획은 매장 전체를 숍인 숍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Johnson은 이들 점포를 애플 앱스토어의 “어플”들에 비유했는데, 계속해서 인기 없는 매장들을 축출하면서 고객들을 끌어 모으려는 것이었다.
JCPenny의 리뉴얼을 발표하는 론 존슨
Johnson은 스티브 잡스가 연례 행사에서 “But wait, One more Thing”이라 말하던 것처럼 뉴욕의 한복판에 마련된 트렌디한 행사장에서 이 계획을 공개했다. 꽤 설득력이 있었고 JCPenny의 주식은 2011년 여름 26달러에서 2012년 초에는 42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Johnson의 계획은 시작하자마자 망했다. 그의 새로운 가격 정책(할인행사 X)는 전혀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할인행사와 쿠폰을 쫓아다니는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꼈고, 그가 새롭게 런칭한 수많은 트렌디한 제품들은 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했다. 새로운 매장 정책을 유지하기에는 중급 규모의 백화점에서는 견디기 힘들 정도의 비용이 요구되었다. Johnson은 매장의 인테리어를 변경하기위해 수백만달러를 쏟아 부었다. 그러나 JCPenny의 고객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했고, 2013년 Johnson은 해고당했다. 주가는 한 자리 수까지 떨어졌다.
미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백화점 만들기라는 Johnson의 계획은 왜 실패했을까? 바로 지도를 잘못 사용했기 때문이다. 애들의 제품과 소비자들 그리고 역사는 JCPenny와 너무나 다르다. 애플은 열광적이고 젊고 광범위한 팬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애플은 이들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한 트렌디한 매장을 필요했다. 반면 JCPenny는 저렴한 의류로 평판이 높았다. 애플은 절대 할인 전략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JCPenny가 할인전략을 폐기하자 마자 엄청난 수의 소비자들이 떨어져나갔다.
JCPenny를 애플 스토어처럼 변화시키려 한 론 존슨
즉, Johnson이 가지고 있던 이전의 지도는 JCPenny에서는 유용하지 않았다. 요점은 Johnson이 무능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그는 애플 스토어에서도 그리고 JCPenny에서도 직업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의 능력은 매우 뛰어났다. 그러나 그의 이 능력과 과거의 성공 경험이 그를 실패로 몰아갔다. 그는 거센 파도에 맞서는 뛰어난 수영선수와 비슷했다. 그리고 그가 사용했던 모델은 과거에 성공적으로 작동했던 것이고, 그가 험난한 지형을 뚫고 지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지도는 이제 더 이상 맞지 않았다. 그는 특정한 조건에서는 매우 잘 작동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었지만, 다른 분야에는 적용되지 않는 전략이었다. 지형은 변했지만 오래된 사고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블랙스완 그리고 금융모델
행운에 속지마라, 블랙스완, 안티프래질(Incerto 시리즈)의 저자 나심 탈렙,Nassim Taleb은 이 지도와 실제 지형에 관한 문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Taleb는 오랫동안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해왔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VaR(Value at Risk)와 같은 통계적 금융모형에 대한 비판이었다. 은행에서 사용하는 이 모델은 주어진 신뢰 구간 내에서 최대 잠재적 손실을 평가하여 리스크 관리에 도움을 준다. 즉 리스크 관리자가 95%, 99% 혹은 99.99%의 신뢰도로 특정한 날에 회사가 X만 달러 이상을 잃지 않는다고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한다. 간격이 클수록, 분석의 정확도는 떨어진다. 회사가 99% 신뢰 구간에서 언제든지 1억달러의 리스크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시장의 통계적 특성을 고려할 때 99.9% 신뢰구간으로 올라간다면 10억달러 99.99%신뢰구간으로 올라간다면 100억달러가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매우 희박한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정교한 통계 모델은 VaR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회사가 어떤 특정한 순간에 얼마나 잃을 것인지를 알게 된다면 리스크를 매우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VaR의 유용한 점이다.
그러나 Nasim의 주장에 따르면 문제는 다음과 같다.
어떤 모델은 일부 리스크를 보여줄 수 있지만, 그 리스크를 이용하는 것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게다가, 이 모델들은 유한 매개 변수 세트를 기반으로 구축되지만 실제는 무한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리스크 매니저는 VaR 수치를 산출하기 위해 과거 데이터를 수집하고 통계적 분포를 가정하여 미래의 위험을 예측해야 한다. 예를들어 1억명의 인간을 모아 신장과 체중을 분석할 수 있다면, 또다른 1억명의 신장과 체중의 분포를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정규분포를 따르는 매우 거대한 크기의 표본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분포는 충분한 표본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금융은 이런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는다. 금융은 이렇게 통계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 Nasim의 주장에 따르면 금융과 같은 분야에서는 가장 희귀하고 예측할 수 없는, 통계적으로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가장 무서운 결과를 낳는다. 예를 들어 S&P 500 지수가 90%떨어지는 것과 같은 사건이 어떤 특정한 해에 일어날 확률은 10,00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통계학적 데이터는 300여년 분에 불과하다.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어떻게 정확히 단언할 수 있을까? 우리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따라서 표준 정규분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어떤 특정한 사건은 통계학적으로 거의 일어날리 없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그들을 옭아매는 생물학적 한계가 없다. 우리는 코끼리가 원숭이와 교배를 하지 않는다고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지만, 금융이라는 극단적인 분야에 대해서는 어떠한 것도 확신을 가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VaR에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마치 ‘지도’처럼 인식했다. 첫째, 다른 모든 ‘지도’들과 마찬가지로 VaR은 미래 예측을 위해 과거 데이터에 의존하는, 현실에 대한 추상화의 결과물에 불과하다. VaR이 나타내는 것은 “Z의 신뢰구간에서 X 달러를 잃을 확률은 Y이다.”가 아니다.(비록 대부분의 관리자들이 이런식으로 VaR을 취급하긴 하지만.) VaR이 진짜로 의미하는 것은 “주어진 매개 변수 하에서, X 달러를 잃을 확률은 Y이다.”로 이해해야 한다. 이 문제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명백하다. 미래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이다. 과거의 통계적 현상이 미래에도 그대로 나타난다고 확언할 수 없다. 과거에 지방 채권이 미 국채와 연동되어 거래되었다 하더라도 미래에 역시 그러할 것이라는 장담은 못한다. 다만 지금까지는 그러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금융 모델들은 이 같은 사실을 종종 간과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이것이다. 1987년 10월 19일, 미국 다우존스 지수가 22.61%, 508포인트가 급락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백분율로 따지자면, 미 역사상 최악의 하락폭이었다. 이를 검은 월요일, 블랙 먼데이로 불렀다. (금융계가 소설이라면, 작가들은 상상력이 너무 부족하다. 역사속에는 수 많은 블랙 먼데이가 존재했다.) 이에 대한 Nasim의 지적은 다음과 같다. 1987년 10월 19일 금융공학자들이 사용한 모델은 무엇이었을까? 정확히 알 수 없긴 하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 전까지 미국 역사상 가장 최악의 주식 폭락 비율은 1929년 10월 28일, 12.82%였다. 이에 비하면 22.61% 폭락이란 수치는 정규분포에서 너무나 극단적으로 떨어져 있어 일반적으로 예측하기 불가능한 수치였다.
그러나 금융계에서 이 같은 사건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순진한 통계에 의존한 예측보다 훨씬 더 자주 일어나는 것이다. 여기에는 보다 더 심각하지만, 우리가 인식하기 어려운 재귀 문제도 개입되어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델 자체가 예측하려는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교통사고와 주식시장 그리고 복잡적응계(Complex Adaptive System)
모델에 대한 우리의 순진한 믿음으로 인해 지난 금융위기 사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과거회귀적이며 추세에 부합하는 모델들은 오늘날 금융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지도이다. 이 지도 역시 끝없이 올라가는 주택 가격이란 신기루를 붙잡고 있던 실제 세계를 완벽하게 담아내지는 못했다.
완벽한 지도는 없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한 논리적인 답변은 아마 “그래서 뭐 어쩌라고?”일 것이다. 만약 지도가 오류가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불확실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이는 또 다른 종류의 문제이며, Taleb 역시 이 문제에 대해 답을 하기 위해 많은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는 것은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금융 세계에 대한 정확한 지도가 없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우리는 훨씬 더 단순한 휴리스틱으로 돌아가야 한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통계 모델이 실패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그것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즉, 워렌 버핏이 버크셔 헤셔웨이에서 한 일을 떠올려 보라는 말이다. 버핏은 우리가 아는 한, 단 한번도 컴퓨터 모델을 상용한 적 없지만, 자산 규모가 50조 달러에 이르는 금융 제국을 건설하였다.
그의 접근 방식은 과거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의 최악의 위기를 가정할 뿐만 아니라, 여러 단계의 백업 시스템과, 안전 장치를 갖춘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과도한 레버리지가 아니라 여분의 자금을 확보하는 것 역시 중요했다. ‘블랙스완’이 발생하더라도, 실제로 과도한 위험이 되지 않도록 현재의 일부 손실을 감수하며, 모델이 제시하는 한계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우리의 예측 능력은 한계가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물론 이 경우, 단기간의 수익은 모델에 최적화하는 것보다는 적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유명한 투자자인 Charlie Munger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버크셔 헤셔웨이의 과거 수익은 사실 우스운 수준이다. 만약 버크셔 헤셔웨이가 루퍼트 머독이 레버리지를 이용한 것의 절반이라도 이용했다면, 아마 지금의 가치의 5배에 달했을 것이다.
그러나 버크셔 헤셔웨이는 그러지 않음으로써 지금의 성공을 지켜낼 수 있었고, 이 원칙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중요한 점은, 모델을 통해 현실을 추상화, 간소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모델과 실제 현실을 혼동하게 되어버린 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델을 통해 현실을 인식하기에, 모델 그 자체가 또다른 현실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모델보다 현실이 훨씬 복잡하다는 것을 잊어버린다. 지도는 실제 지형이 아니다. 이론과 그 이론이 설명하는 실제 대상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고, 이론은 단지 실제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특정 부분만을 취사 선택하여 해석한 것이다. 지도 역시 오류가 존재한다. 만약 지도가 본질적으로 정확하다 하더라도, 지도는 추상화의 결과일 뿐이며, 추상화 과정에서 실전된 정보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우리는 모델, 지도와 같은 것들의 한계를 이해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이것들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도가 유용하긴 하지만 어딘가에는 절벽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이며 한발짝 떨어져서 생각해야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우리는 칠면조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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