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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놈이 용감하다? 더닝-크루거 효과

category # 생 각 들 2017. 6. 2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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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의 어느 날, 건장한 체격의 한 중년 남성이 피츠버그 중심가에 있는 2개의 은행을 백주대낮에 터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는 마스크도 쓰지 않았고 신원을 감추려는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감시카메라를 향해 웃는 대범함도 보였다. 그날 저녁 늦은 시간, 경찰은 McArthur Wheeler를 체포했다. 체포 당시 그는 매우 놀랐다고 한다. 경찰이 Wheeler에게 카메라 영상을 보여주었지만, Wheeler는 이를 믿지 못했다. “얼굴에 주스를 뿌렸는데….” 그는 단지 이렇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Wheeler는 얼굴에 레몬 주스를 뿌리면 감시카메라가 자신을 찍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었다. 흔히 알려져 있는 것처럼 레몬 주스는 투명잉크로 사용할 수 있다. 레몬잉크로 글을 쓰면, 평소에는 전혀 보이지 않지만 촛불 등으로 열을 가하면 드러나기 때문이다.

 

경찰은 Wheeler가 미치거나 약물을 복용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냥 과학상식을 과하게 잘못 이해한 것이었다.

 

이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는 코넬 대학의 심리학자인 David Dunning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대학원생이었던 제자 Justin Kruger에게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에 대해 조사해보라 지시했다. 이들의 추론은, 비록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양한 사회적 그리고 지적영역에서 자신의 능력에 대해 과신하는 견해를 갖고 있긴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실제보다 훨씬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었다. “확신의 환영이란 현상은 이들의 이름을 따 “Dunning-Kruger 효과라 부른다. 이는 자기 자신에 대한 과장된 평가를 하는 확증편향의 한 사례를 설명한다.



이와 같은 현상을 실험실에서 조사하기 위해 DunningKruger는 실험을 계획했다. 한 연구에서는 학부생에게 문법, 논리 그리고 농담에 관한 일련의 질문을 하여 점수를 측정한 다음, 각 학생들에게 자신의 예측 점수와 다른 학생들의 점수를 비교하여 등수를 매겨달라 요청했다. 흥미롭게도, 인지능력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그들의 등수를 더 높게 평가했다. 그것도 엄청나게 높게. 하위 25%정도 되는 학생들이 스스로는 상위 30%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확신의 환영은 교실을 넘어 일상 생활 곳곳에서 발생한다. 후속 연구에서 DunningKruger는 실험실을 나와 총기상점에 가서 총기 애호가들에게 총기안전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전 연구와 마찬가지로 총기 안전에 대해 상대적으로 무지한 사람들이 스스로 총기에 대한 본인의 지식에 대해 큰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사실에 관한 질문 이외에도, Dunning-Kruger 효과는 수많은 다른 개인의 능력에 대한 개개인의 자체 평가에서 관찰된다. TV에 나오는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쉽게 관찰할 수 있듯, 오디션 참가자들은 본인의 실력에 대해 혹평을 들으면 충격을 받는다. 일반 시청자들이 보기에 이들의 모습은 우스워 보일 뿐이지만, 이 사람들은 본인에 대해 정말로 큰 확신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 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어떤 연구에서는 운전자의 80%는 본인들이 평균 이상의 운전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이는 통계학적으로 불가능한 결과다. 그리고 이런 비슷한 경향은 사람들이 본인의 상대적인 인기 혹은 인지능력에 대한 평가에서 발견되었다. 문제는 사람들이 무능력할 때 이들은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고 불행한 선택을 할 뿐만 아니라 실수를 깨달을 기회 역시 빼앗긴다는 것이다. 대학생에 대한 한 학기에 걸친 장기 연구에서, 좋은 학생들은 본인의 점수와 상대 백분위에 대해 정확한 예측을 하고 올바른 피드백을 받는 반면, 성적이 나쁜 학생들은 그들이 받은 끔찍한 점수와 백분위 그리고 이를 통한 거듭된 피드백을 무시한다. 이들은 심지어 이로 인해 혼란을 겪지 않을 뿐더러, 그들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사람들은 그들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 굳게 믿는다. 찰스 다윈이 일찍이 서술했듯 무지는 지식보다 더 많은 신뢰를 받는다.”

 

흥미롭게도, 똑똑한 사람들 역시 자신의 능력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 D,F를 받은 학생들이 본인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처럼, A를 받은 학생들은 본인의 능력을 과소평가한다. DunningKruger는 연구에서 인지능력이 상위 4분위에 속하는 우수한 학생들이 본인의 상대적 역량을 과소평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의 생각은 이랬다. 이 인지능력 테스트가 본인에게 쉬우니까 다른 이들 역시 똑같이 이를 쉬울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Dunning-Kruger 효과의 역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높은 성과를 거둔 사람들은 자신의 재능을 인식하지 못하도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유능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차이점은 능력 있는 사람들은 적절한 피드백을 받으면 자기 평가를 조정할 수 있지만 무능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위의 우스꽝스러운 은행강도와 같은 결말을 보지 않기 위한 핵심적인 열쇠가 있다. 우리는 좋은 결과를 위해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우리의 시도는 (레몬 주스처럼) 완벽하지 않고 불완전하며 비이성적이고 부적절하거나 어리석은 것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결말을 보지 않기 위해서는 확신의 환영에 속지 않고 우리의 역량을 정확하게 재평가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공자가 계속해서 말했듯, 진정한 앎이란 본인의 무지의 범위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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