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도날드 트럼프는 좀 다른 분류이다. 그와 같이 빈약함, 천연덕스러움, 그리고 당당하게 거짓말을 하는 대통령은 전례가 없었다. 닉슨, 레이건 그리고 클린턴은 본인의 평판을 지키려 했지만, 트럼프는 단순히 이를 즐기고 있는 것 같다. PolitiFact가 트럼프의 유세 발언에 대해서 검증한 적이 있는데, 트럼프의 발언 중 유세 발언 중 단 4%만이 완벽히 사실이었고 11%는 대략적으로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70%가 거짓으로 드러났다. (힐러리 클린턴의 발언 중 26%만이 거짓으로 드러남)
트럼프의 경력을 지켜본 사람들은 트럼프가 하는 거짓말이 단순히 그의 전략이 아니라 뿌리깊은 습관이라고 말한다. 뉴욕의 타블로이드 기자들은 트럼프를 80~90년대에 다른 흔해빠진 셀러브리티들과 달리 새롭게 등장한 거물로 여겼다.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거짓말과 무의미한 말들을 쏟아내곤 했는데, 이에 대해 자신의 자서전 작가가 써준 표현인 “진실한 과장”을 마음에 들어 했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이를 계속해서 즐겨 사용했다.
1월 20일 이후 트럼프의 “진실한 과장”은 더 이상 표를 얻기 위한 캠페인이에 불과하지는 않게 되었다. 도날드 트럼프는 세계 최강대국의 수장이 되었고, 대외적으로 미국을 대표하며, 가장 중요하게는 미국인들에게 미국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것이다. 트럼프에게는 이젠 백악관의 홍보실, 인기 많은 트위터의 계정, 그에게 충성하는 우파 미디어가 있고, 이들은 트럼프가 떠드는 ‘사실’을 단순히 전하는 것을 넘어서 믿을 수 있는 진실로 만들고 이를 반박하려는 모든 시도를 무력화 할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과, 미국인들에게 끊임 없이 왜곡된 진실을 불어넣으려 하는 지금, 이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것은 문화적이며, 심리적인 의문이다. 수 십년동안, 연구자들은 거짓말의 본질에 대해 연구해왔다. 거짓말은 어떻게 발생하는가? 거짓말은 어떻게 우리의 뇌에 영향을 미치는가? 우리는 거짓말과 싸울 수 있을까? 연구 결과는 앞으로 4년에서 최대 8년동안 백악관을 차지할 ‘불신’의 정권이 미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에겐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거짓말은 싸울 의지를 잃게 하고, 그들의 영향력을 감소시킨다. 그리고 아마 가장 최악은 만약 거짓말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과 생각에 충분히 침투한다면, 이를 바로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트럼프가 하고 있는 일이다.
거짓말이 두뇌에 어떻게 작용할까? 현대의 표준 모델은 20년전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 Daniel Gilbert가 제안한 것이다. Gilbert에 따르면 사람들은 2단계를 통해서 세상을 인식한다고 한다. 첫째, 사람들은 어떤 말을 듣게 되면 이해하기 위해서 이를 아주 잠깐이라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사실이 아닌 거짓말을 들어도. 예를 들어, 만약 누군가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심각한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이를 순간적으로 사실로 인식한다. 그리고 나서야 머릿속에서 2단계로 넘어가, 머릿속에서 검증과정을 마치거나(이건 거짓말이야!) 혹은 거부(뭐야? 말도 안되는 소리하고 있네) 할 수 있다. 불행히도, 1단계가 우리 머리속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생각 과정이기에(자동적, 무의식적으로 일어남), 2단계가 쉽사리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반드시 능동적으로 우리가 들은 문장에 대해서 받아들일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결정해야한다. 특정한 상황에서는, 이런 검증과정이 쉽사리 실패한다. Gilbert가 말했듯이, 인간의 마음은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한, 검증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들은 내용에 대해 사실로 믿게 된다.”
그럴 듯해 보이는 거짓말에 너무 많이 노출되면, 우리의 뇌는 사실인지 아닌지 고민하기 힘들어서 바로 포기해버리고 만다.
우리의 뇌는 계속 이어지는 흐름속에서 끊임 없이 흘러 들어오는 거짓말을 다루는데 특히 취약하다. 잘 알려졌다시피 Trump는, 선거결과같이 중대한 사안부터, Mar-a-Lago의 타일에 대한 사소한 일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해댔다. (Trump는 Mar-a-Largo의 탁아소의 타일을 Walt Disney가 만들었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 다른 사람이 항의하자 “누가 그딴 일에 신경쓰나?”라고 대답하였다.) 거짓 혹은 잠재적 거짓말에 압도되면, 우리의 뇌는 너무 빨리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그래서 더 이상 사실이 무엇인지 끈기 있게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 이를 ‘인지적 부하 Cognitive Load’라고 한다. 한계를 가진 인지능력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다. 말이 되느냐 안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끊임없이 충분한 헛소리를 반복하면, 사람들은 결국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제대로 알아보려는 노력도 하지 못하고, 우리의 뇌는 무엇이 진실인지 확인하는 것을 포기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만약 트럼프가 퍼트리고 싶어하는 거짓말이 있다면, 트럼프는 단 한글자도 바꾸지 않고 그냥 이를 계속해서 말한다. 계속된 거짓말은 어느 순간 우리의 뇌에서 사실로 인식된다. 이러한 현상은 ‘오류적 진실 효과 (Illusory Truth Effect)’라고 알려져 있다. 70년대 처음 연구된 이 효과는 최근에 가짜 뉴스(Fake News)의 부상으로 다시 논의되고 있다. 심리학자들이 2주동안 사람들에게 문장을 보여주면서 거짓인지 진실인지 평가하라고 했다. 이 문장은 진실과 거짓이 섞여 있었다. 그런데 실제 진실인지 거짓인지와 관계 없이, 이 문장들 중 일부는 단 한번만 보여줬고, 어떤 문장들은 2번, 3번 이상으로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보여주었다. 그 결과 사람들은 계속 반복되어 나온 문장들을 진실로 받아들였다. 선거에 심각한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사람들에게 반복적으로 말하면, 이 말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사람들에게 불이 난 원인이 창고안에 남아있던 페인트 통과 가스 실린더 때문이 아니라고 말을 해도, 계속해서 페인트와 가스 실리더만 기억에 남아서, 인화성 물질 때문에 화재가 악화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반응과 대치되는 사실을 말하게 되면. “어 실린더랑 페이트 통이 창고 안에 있었는데, 불이난건…” 사람들이 떠올리는 거짓된 진실을 머릿속에서 논리적으로 새로운 설명을 만들게 된다. 그래서 New York Times나 다른 언론들이 헤드라인에 “트럼프는 증거도 없이 ‘수백만의 사람들이 부정투표를 한다’ 라 주장하였다.”라고 쓴다면, 사람들의 머리속에는 ‘수백만의 사람들이 부정투표를 한다.’만 남게 되는 것이다.
정치에서 거짓 정보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만약 거짓된 정보가 사람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믿음에 부합한다면, 이에 대해 반박하려는 시도는 역효과가 난다. 심지어 사람들의 믿음을 오히려 강화시킬 뿐이다. 트럼프는 자신이 “워싱턴”, “기득권”, “정치적 올바름”에 대항한다고 주장하였으며, IS와 불법 이민자 그리고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함으로써 공화당의 유권자들을 확실하게 끌어왔으면서도 소외된 민주당의 유권자들을 끌어왔다.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Leda Cosmides는 사람들을 동원하기 위해 분노를 자극하는 트럼프의 전략을 지적했다. “선거 캠페인은 정책보다 분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치인들이 분노를 자극하는데 성공했다면, 진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죠.” 실체적 진실은 이제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거짓 정보가 본질적으로 정치적 정체성의 일부일때, 거짓말을 바로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공화당원들이 이라크가 테러그룹에 무기를 지원한다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으로 시작하는 기사를 읽는다면, 실제 기사에서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당시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다는 사실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사를 읽으면서 가졌던 오해가 더 강화될 뿐이다.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정보에 노출되어도 사람은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신에, 놀랍게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할 뿐이다.
트럼프는 인종주의와 국수주의에 관련된 주장을 캠페인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멕시코가 강간범들을 국경 넘어 보내고 있다.” 이는 인간 감정의 핵심을 정확하게 찌른 것이었는데, 이민자들이 본인의 직업을 위협하고 잇다고 느끼고 있으면, 딸이 이민자들에게 강간당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가 이러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연결했기에, 말이 나오는 대로 떠들 수 있었고, 사람들은 그를 열렬히 지지했다.
이제 이 거짓말쟁이 대통령을 상대로 미국인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뉴스와 언론은 큰 도움이 안될 것이다. 2013년의 연구를 살펴보자. 이 연구는 정치분야에서의 오해를 어떻게 바로잡는지에 대한 연구이다. 먼저, 사람들에게 정부의 정책에 대해 얼마나 사전 지식이 있는지 물어봤다. 예를 들어, 전자 건강 기록 관리에 대해 물어보고, 이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그러고 연구원들이 임의로 작성한 전자 건강 기록 관리 정책에 대한 기사를 읽도록 했다. 전자기록관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목적이 무엇인지 그리고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용될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 기사를 읽은 후에 연구원들은 거짓으로 꾸며낸 심각한 오류를 담고있는 교정서를 보여주었다. 이 교정서를 읽고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 물어보았는데, 그 결과 잘못된 믿음을 처음 본 기사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원래부터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원래부터 별로 생각이 없었던 사람들 역시 입장을 바꾸었다.
트럼프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더 무서운 것은 트럼프가 그들을 세뇌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거짓말을 계속해서 말하는 사람들이 이끄는 환경에 계속 노출된다면,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 그들의 거짓말이 더 이상 거짓말로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트럼프의 거짓말이 당연시되고, 우리는 아마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할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모두가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는 매우 정치적인 지형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와 함께하거나 나와 싸우거나. 내가 이기면 너가 지는 것이고, 너가 이기면 내가 지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도덕심리학자 Fiery Cushman은 “우리의 도덕적인 직관력은 우리가 하는 게임에 의해 결정됩니다. 우리가 제로섬 게임에 들어가게 되면, 게임이론에서 ‘직관적 약탈자’가 됩니다. 즉, 우리의 본능은 서로 협력하도록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도록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우리 스스로 거짓말을 뿌리겠죠.”
이러한 변화는 이미 미국에서 시작되고 있다. 그리고 이미 이런 형태의 변화를 거친 국가가 있다.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 치하의 러시아이다. “서구 민주주의 사회에 비해 법의 지배의 부재, 만연한 부정부패, 낮은 사회적 신뢰를 가진 러시아와 다른 문화권에서는 이미 제로섬 게임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퍼져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역시 한번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면 변화는 매우 빠르게 일어날 것입니다.”
우리의 진실에 대한 감각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취약하다. 특히 정치 분야에서, 진실의 감각이 권력자에 의해 왜곡될 때 더욱 취약하다. 19세기 스코틀랜드의 철학자 알렉산더 베인이 말했듯이 “인간 마음의 가장 큰 착오는 너무 많이 믿는다는 것이다.” 한번 자리 잡힌 거짓된 믿음을 교정하기는 너무 어렵다. 지도자는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고, 시민들은 본인들이 믿는 것 보다 더욱 쉽게 거짓말에 흔들린다. 게다가 막대한 권력을 가진 정부가 앞장서서 정교한 선전활동을 할 수 있는 독재정권 하에서는 전체 국민의 세계관을 왜곡시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기진맥진해지고, 무기력해저서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리고 결국에는 본인이 단 2분 전에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못하게 된다.” 이는 모택동의 문화혁명시기 ‘재교육’을 경험한 정신과 의사 Robert Lifton의 회고였다. 그는 이렇게 마무리했다. “그가 말하는 것이 무엇이든 믿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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