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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거짓말에 익숙해지는 이유

category # 생 각 들 2017. 8. 2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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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유혹



지난 주를 다시한번 돌아보자. 얼마나 부정한 일을 많이 저질렀는가? 아마도 편의점에서 너무 많은 잔돈을 받고도 알바생에게 말하지 않았거나, 원치 않은 저녁 약속을 피하기 위해 선약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을 것이다. 부정한 일은 흔한 유혹이다.

 

우리는 항상 이런 도덕적 딜레마에 직면한다. 이 딜레마는 엄청 중요하고 커다란 부정한 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딜레마는 일상 생활의 대부분을 형성하는 일상적이고 무미건조한 선택이다. 부정한 행동에 대한 유혹이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이 행동이 얼마나 도덕적인지를 계속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을 이끌어내는 부분은 부정한 행동을 하면 우리가 어떤 기분을 느끼게 될지에 대한 추측이다.



런던 대학 연구팀은 이 부정직한 행동에 대한 유혹에 관한 연구를 실시하였다. 부정한 행동을 할 수 있는 반복적인 기회가 정직한 행동 대신 기꺼이 부정한 행동을 선택할 확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조사했다. 이 연구는 말하자면 이런 것이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맨 처음 기회가 있었을 때 부정한 행동을 했다면, 이 사람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아주 조금만 혹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대해 부정한 행동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부정한 행동을 한 다음에는, 또 다시 선택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여전히 양심의 가책을 느낄지는 몰라도, 그 전만큼 양심의 가책을 크게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그 결과, 그 전에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멈췄을 지점보다 더 크고 더 중대한 부정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정서적 각성과 신경적응



이런 현상에 대해 이해하려면 두 가지 중요한 개념을 서로 연결시켜야 한다. 첫번째는 정서적 각성이 도덕적 의사 결정에서 갖는 역할에 관한 것이며 두번째는 신경 적응(Neural adaptation)이라 알려진 상황이 반복 될 때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어떤 도덕적 딜레마는 우리의 기꺼이 행동하려는 의지를 제한하는 정서적 반응을 일으키고, 심박수의 증가 및 땀과 같은 신체적 반응을 동반한다. 이러한 일이 발생할 때 우리는 부정한 행동을 한다. 예를 들어, 심리학자인 Stanley Schachter와 Bibb Latane가 1964년에 수행한 연구에서 학생들은 시험을 보는 도중 부정행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학생들 중 절반에게는 생체반응을 감소시키는 약인 ‘베타 차단제’가 미리 투여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에게는 위약을 투여했다. 진짜 약을 먹은 학생들은 위약을 먹은 학생들보다 부정행위를 더 적게 하였다. 따라서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것을 선택하는 것을 막는 생리학적인 반응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반응이 없으면 부정한 행동에 대한 유혹의 효과는 더 강해진다.

 

두번째 개념은 신경 적응이다.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이제 막 만든 음식의 맛있는 냄새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이 냄새에 덜 민감해지고 곧 냄새 자체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신경 적응의 예시이다. 두뇌는 반복적인 노출이 있으면 자극에 덜 민감해지기 때문에 진짜 필요한 것이 아닌 주변환경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레스토랑에서, 음식 냄새에 익숙해지면 냄새에 신경 쓰는 대신에, 어떤 음식을 주문할 것인지와 같은 더 중요한 문제에 정신을 집중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단순히 소리와 냄새 같은 것에만 적응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 두가지 개념(각성이 부정행위에 미치는 영향과 신경 적응)이 서로 연결된다. 뇌는 우리의 감정에도 적응한다. 예를 들어, 혐오감을 주는 그림 (예: 위협적인 얼굴) 혹은 불쾌감을 주는 것(예: 감전) 등을 받으면 감정적인 처리와 관련된 뇌의 영역이 처음에는 강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이 계속해서 반복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정적인 반응이 줄어든다.


 




거짓말에 적응하는 뇌




런던 대학의 연구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뇌가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우리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도 적응을 할 것인가?’ 다시 말해 ‘우리 스스로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계속해서 반복한다면, 우리의 감정적 반응은 이 행동에 적응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를 한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예측할 수 있다. 감정적 반응이 부정한 행동을 억지할 수 있는데, 만약 감정적 반응이 적응되면서 점차적으로 감소한다면, 그 결과로 부정한 행동은 점차 늘어날 것이다.

 

이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부정한 행동을 하도록 상황을 만들어주고, 부정한 행동을 할 기회가 생겼을 때 사람들의 감정적 반응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측정해야 한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fMRI 스캐너에 누워 키보드를 이용하여 스캐너 외부에 앉아 있던 두 번째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도록 하였다. 참가자들은 그들의 반응이 컴퓨터로 전송된다는 사실을 전달받았다. 이 실험의 몇몇 단계에서는, 참가자들에게 거짓말을 함으로서 추가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반복적으로 주어졌다. 중요한 것은 참가자들은 얼마든지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이는 전적으로 참가자들의 결정에 달린 것이었으며 각 메시지마다 거짓말을 할지 하지 않을지도 결정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함으로서 연구진은 각각의 메시지가 똑같이 거짓말을 한 것인지, 혹은 거짓말을 함으로써 심경의 변화가 생겼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한편, fMRI 데이터를 통해서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거짓 메시지를 보내면서 감정적 반응 수준이 어떻게 변하는지 측정할 수 있었다. 측정은 공포와 위협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반응하는 편도체를 관찰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참가자들이 작은 거짓말을 조금씩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거짓말을 하면서 참가자들의 감정에는 강한 반응이 동반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참가자들은 거짓말 하는 것에 익숙해진 것처럼 보였고, 거짓 메시지를 보내는 불쾌한 느낌에 적응하였다. 그리고 강한 감정적 반응이 멈추었다. 결국 문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처음보다 훨씬 더 강한 거짓말을 더 자주 했지만, 감정적 민감성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리고 거짓말 하는 것은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게 되었다.

 

이 연구 결과는 인류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의미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점점 더 나쁜 행동에 대하여 감정적으로 무감각해지며, 부정부패, 이기주의가 만연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이 연구를 바라보는 유일한 관점은 아니다. 한 가지 긍정적인 메시지는 정서가 부정한 행동을 제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는 부정한 행동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부정한 행동에 대한 유혹이 있을 때 강한 감정적 반응을 불러 일으키면 충동을 억제할 수 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부정한 행동에 대한 유혹이 있을 때 참가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다고 믿게 함으로써 거짓말에 대한 충동을 억제하는데 성공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다고 믿은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거짓말을 더 적게 했다.

 

비 윤리적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많은 해결책이 논의되었다. 이 해결책에서는 도덕성을 강조하고 정직한 것이 결국에는 본인에게도 유리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이런 해결책이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과학적인 신경 메커니즘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흥미로운 가능성은, 부정한 행동이 선택 가능한 옵션에 있을 때, 신경 메커니즘이 우리의 감정적 반응 수준을 높임으로써 부정한 행동에 저항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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