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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의 인도군, 그리고 제국의 망각

category # 역 사 2017. 8. 25.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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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주둔중이었던 인도군의 사진프랑스에 주둔중이었던 인도군의 사진



덩케르크의 인도인



세계 2차대전 동안, 250만명 이상의 아시아인들이 영국의 편에서 전쟁에 참가했다. 하지만 영국 방방 곳곳에 세워진 영국군의 전쟁기념비, 기념관 어디에서도 이들의 기록은 찾기 힘들다. 물론 최근에 화제가 되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덩케르크에서도 덩케르크에 있었던 인도군은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덩케르크에 있었던 인도군은 대부분 인도와 파키스탄 출신의 무슬림들이었다. 이들은 봄베이에서 출발해 마르세유까지 배를 타고 이동했다. 인도군은 프랑스의 요청으로 수백만 마리의 노새를 가져왔는대, 이 노새들은 전쟁 초기 연합국의 장비와 보급품을 운반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덩케르크에서 독일군은 인도군중 일부를 포로로 잡았고, 나머지는 영국으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영국의 정치인인 Paddy Ashdown은 그의 아버지가 덩케르크 철수작전 중 휘하의 인도군을 버리라는 명령을 듣지 않은 혐의로 군사법정에 회부되기도 했다 주장했다.

 

Keep Calm and Carry On1939년 런던 공습 당시 제작된 사기진작용 포스터



세계 2차대전의 승리는 영국의 국가적 자랑이다. 전쟁 중 영국의 슬로건은 “Keep Calm and Carry On” 해석하면 평정심을 유지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였는데, 이 슬로건은 영국인들의 편지, 커피잔, 현수막 등 곳곳에 새겨졌다.

 

이 같은 자부심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 영국의 어떤 마을에서는 아직까지도 크리스마스 연휴 축제를 2차대전을 테마로 꾸미며, 영국의 대학가에서는 축제기간에 1940년대 스타일의 드레스 코드 맞추기도 한다.

 


영국의 신화



하지만 영국인들의 이런 자부심에는 뭔가 잘못된 것이 있다. 홀로 나치에 맞서 싸웠다는 영국인들의 자부심은 전 세계 곳곳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이 있었는지에 대한 무지를 낳고 있다. 당시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고 있던 사람들의 관점에 따르면 2차대전은 파시즘에 대항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투쟁이 아니라 식민제국들의 밥그릇 싸움에 가까웠다.

 

다 떠나서, 독일에 맞서는 용감한 영국이라는 이야기는 2차대전의 제국주의적인 측면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었다. 식민지에 살고 있던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결정할 수 없었던 끔찍한 전쟁에 속절없이 끌려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영국은 전쟁수행에 필요한 인력과 자원을 인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및 카리브해의 식민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 제국의 식민지 방방곳곳에서 총 500만명에 가까운 인력들이 전쟁에 동원되었다. 2차대전에서 싸운 것은 영국이 아니라, 식민지를 포함한 영국 제국이었다.

 

영국령 식민지인들에게도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었는데, 이 당시 참전으로 인해 영국으로 이주하게 된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관까지 지냈던 한 영국 정치인의 아버지는 파키스탄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차대전의 참전 경력 덕분에 영국으로 이민을 올 수 있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할아버지나 증조부가 2번의 세계 대전에 참전했는지 여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실 세계 대전에서 영국의 깃발아래 전쟁에 참여한 수많은 식민지인들에 대해서 가르치는 교과서조차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향은 특히 유럽에서 더 강하다. 2번의 세계 대전은 유럽인들의 전쟁이었으며, 수많은 아시아인들이 여기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강제 징용된 조선인 출신 일본군에 대해서는 그리 크게 언급되고 있지 않다. 물론 영국과 일본이 승전국과 패전국이라는 차이점이 있지만, 수많은 조선인들이 자원을 통해 또 나중에는 징용을 통해 일본 제국군에 참여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자세히 가르치지 않고 있다.

 

일방적인 피해자로라도 그려지고 있는 일제치하의 조선인들과 달리 2차대전에 참여한 영국령 식민지인들의 기억은 거의 잊혀져 있고, 최근에서야 다시 조심스럽게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크리스토퍼 베일리, 팀 하퍼를 비롯한 많은 역사학자들이 최근에서야 식민지 출신 영국군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으며, 런던의 임페리얼 전쟁박물관에서도 식민지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새로운 갤러리를 단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인식이 아직까지는 바뀌지 않고 있다.

 


제국의 망각



이는 영국군과 함께 싸운 수백만 식민지인들의 이야기가 사실 그리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인들은 대게 억지로 전쟁에 끌려온 것이었다. 이들의 전쟁 역시 자유를 위한 것이었다. 인도에서는 1940년대에 독립에 대한 정치적 요구가 폭발했으며, 민족주의자들은 탄압 받고, 감옥에 가야했다.

 

영국정부는 식량정책에서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 전쟁 중 영국은 심각한 식량부족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1943년 인도에서는 벵골지방에서 최소 300만명 이상이 사망하는 재앙 같은 기근이 들었다. 물론 기근 자체는 전쟁 때문에 일어난 것이었지만, 영국 정부의 끔찍한 실수 때문에,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때문에 많은 인도인들은 배고픔을 피하기 위해 전쟁에 자원할 수 밖에 없었다.

 

승전국으로써 영국인들의 자부심을 말하기 위해서는 그 이면에 영국인들 그리고 수백만 식민지인들의 영웅적인 용기 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는 제국주의적 강압과 착취가 있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영화 덩케르크는 자유를 위해 홀로 맞선 용감한 영국이라는 신화를 다시 퍼트렸다. 이는 EU에서 탈퇴하여 다시 홀로서기를 시작한 영국인들에게 용기를 정치적 도구가 되었다. 2014년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인의 59%가 대영제국을 여전히 자랑스러워 하고있다.

 

오늘날 영국인들은 대영제국에 대해 의도적으로 잘못된 인식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현대 영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차 세계 대전과 대영제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러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는 일본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분위기 역시 우경화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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