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이런 호전적인 선전은, 러시아가 다시 초강대국의 지위를 회복했다는 엄포이며, 핵무기의 현대화를 통해 미국에 대한 핵전력의 우위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러시아는 40년 전보다 핵전력이 감소했으며 또 적국의 기습 선제공격에 취약해졌다. 오늘날 러시아의 이런 선전은 1959년 니키타 흐루시초프의 허풍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당시 흐루시초프는 “이제 러시아는 핵탄두, 수소폭탄 탄두 수십발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잠재적 적국이 우리를 공격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지구상에서 쓸어버릴 수 있게 되었다.”라 선언하였지만, 당시 소련은 단 한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조차 보유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러시아는 미국보다 더 신형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긴 해도 그 수는 미국보다 부족하다. 냉전기간 중, 러시아는 위성으로 거의 추적이 불가능한 수백기의 이동식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겨우 150여기에 불과하고, 이 마저도 기지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어 대부분 위성으로 추적되고 있다. 10여척의 러시아의 핵미사일 탑재 원자력 잠수함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항구에서 정박해 있다. 즉,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선제 핵공격의 성공 가능성은 케네디 행정부 이래 가장 높다. 냉전기간 중에는 양국이 적 핵무기 사일로마다 최대 5발의 핵미사일을 배정해 놓았지만, 오늘날 같은 사이버전 시대에는 단 몇번의 키보드 입력으로 상대방의 핵 무기를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미 전략사령부에 대한 사이버전 사령부의 보고에 따르면, 사이버전 사령부의 임무는 유사시 적의 지휘 및 통제 시스템과 군 관련 주요 기간시설 그리고 무기 작동을 혼란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의 가장 큰 전략적 취약점은 정교하고 효과적인 조기 경보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 소련에는 미국의 대규모 공격을 탐지할 수 있는 궤도 위성이 최대 12기까지 존재하였다.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의 경제가 취약해진 1996년부터 이 위성들은 수명을 다해 퇴역하기 시작했다. 다른 위성들도 곧 궤도에서 이탈했고, 결국 러시아의 마지막 조기 경보 위성은 2년전에 작동을 멈췄다. 새로운 위성 네트워크가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러시아는 조기 경보시스템을 지상 레이더에 의존해야 한다. 미국과는 달리 러시아는 조기 경보의 유효성을 확인하는 서로 다른 검증 수단을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다. 기껏해야, 레이더 부대는 핵탄두가 지상에 도달하기 겨우 몇 분 전에 이를 탐지할 수 있을 뿐이다. 유엔의 군축 연구소에 따르면 조기 경보 능력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러시아는 ‘경보 즉시 발사’ 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흐루시초프 이래로 그 어떤 지도자보다 러시아의 핵전력을 더 많이 휘두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대외 문제에 있어 더 대답하게 행동하며, 위험을 감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우월한 핵 전력과 특히 탐지가 거의 불가능한 원자력잠수함을 고려한다면, 미국에 대한 러시아의 기습 공격은 자살행위가 될 것이다. 그리나 그보다 더 나쁜 상황이 펼쳐진다면? 푸틴 대통령은 젊은 시절 레닌그라드에서 배웠던 교훈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싸움이 불가피하다면, 선빵을 날려라.”
지난 미국 대선 기간 동안, 전시 최고 사령관으로써의 정서적 안정이 이슈가 되었다. 일부 사람들은 침착한 대응이 인류의 종말이냐 핵 전쟁의 아포칼립스이냐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대통령은 의회 혹은 합동참모부와 상의할 의무 없이 핵무기 사용을 결정할 권한이 있다. 이상적인 대통령은 절제할 수 있어야하며, 충동적이거나 정신적으로 우울하면 안된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적 제약 사항을 고려할 때, 최고 지휘관의 성향은 핵 위기와 큰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전 인류의 생명이 경각에 처한 상황에서 누구든 6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도날드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은 또 다시 핵무기 경쟁을 시작할 것인지 혹은 전쟁의 위협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트럼프는 지금 양국의 분위기와 입장에도 불구하고 후자를 선택할 수 있는 흔치 않은 특별한 기회를 가지고 있다. 푸틴에 대한 트럼프의 호감은 어쨌거나 핵 위험을 줄이기 위한 대화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해병대 사령관이었던 제임스 메티스 장군이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메티스는 미국의 핵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주장하였으며, 지상 발사 미사일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상원 청문회에서, 메티스 장군은 지상 발사 미사일의 폐지가 “오인 경보로 인한 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공화당 행정부는 핵 군축 협상에서 민주당 행정부보다 성과가 좋았다. 아버지 부시 행정부는 미국의 핵 무장을 절반 가까이 줄였으며, 아들 부시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였다.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과 핵 군축협상을 통해 핵무기를 완전 철폐하는 조약에 거의 근접하기도 했다.
모든 기술은 그것이 개발된 시대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원자 폭탄이 처음 발명되었던 1940년대에는, 도시를 파괴하고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이 군사작전의 일환에 불과했다. 승리의 수단으로써 받아들여진 것이다. 후에 제네바 협약을 통해 이런 관행은 전쟁 범죄로 분류되었지만, 핵무기는 이 외의 다른 효용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핵무기는 억지력이란 이름 아래 비전투원을 위협하며, 공포에 떨게 한다. 재래식 무기는 적국의 군사시설을 파괴하는데 사용될 수 있고, 21세기의 전쟁에서는 정밀 공격, 민간인 피해 최소화에 중점을 둔다. 기술로서 핵무기는 쓸모 없게 되었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사이버 공격의 가능성이나, 기술적 결함 또는 오해의 가능성이 아니다. 가장 큰 우려는 이 실존적 위협에 대한 대중의 인식 부족, 러시아와 미국의 핵전쟁 계획에 대한 공개적 논의의 부재 그리고 전 세계가 보유중인 1만 5천여개의 핵무기에 대한 침묵을 통한 동의이다. 이 무기들은 우리를 파괴하기 위해 주의 깊게 그리고 교묘하게 설계되었다. 자만심은 사고의 가능성을 높이며, 언젠가는 그 일이 일어나게 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사이에 “타이타닉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복잡한 기술 시스템에서 어떻게 문제가 확대되는지를 설명하는 용어이다. 시스템이 안정적이라고 믿으면 믿을수록 실제 상황이 발생하면 이 믿음이 더 큰 문제가 되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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