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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일어나면 양극화가 해소된다?

category # 역 사 2017. 7. 14.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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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경제 정책 입안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오랫동안 골머리를 썩어왔다. 불평등이 다시 확대하기 시작한 1980년대 이래로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점점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최근의 불평등 정도는 거의 역사상 최고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에 불평등 문제가 해결된 역사가 있다.

 

수 천 년의 인류 역사를 연구한 끝에, 스탠포드 대학의 월터 샤이델 석좌교수는 전쟁, 혁명, 국가 붕괴, 치명적인 전염병이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확실한 해결책임을 밝혀냈다. 샤이델은 최근 저서 The Great Leveler: 석기시대에서 21세기에 이르는 폭력과 불평등의 역사에서 교육의 확대 같은 평화적 수단 혹은 경제 위기 같은 비-폭력적 충격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불평등 해결 방안보다 전쟁, 혁명, 국가 붕괴, 치명적인 전염병이라는 ‘4기사 four horseman’ 더 효과적인 불평등 해결 수단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묵시록의 4기사 - 죽음, 기근, 전쟁과 정복. 러시아의 화가 빅토르 바스네초프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 즉, 양극화의 수준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수준은 아니다. 미국의 최상위 계층이 차지하는 소득 비율은 최근에야 1929년 수준에 육박하고 있으며, 1차대전 이전 영국의 상위 10% 부유층은 모든 부의 90%를 소유하기도 했지만, 오늘날은 겨우 50%를 조금 넘을 뿐이다.

 

이것은 오늘날 볼 수 있는 불평등이 훨씬 더 극단적인 면을 가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세계화, 인구 고령화, 이민문제는 공공 부문의 초점을 재분배 정책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서 불평등의 확대에 기여했다. 게다가 새로운 기술의 발전, 자동화의 확대로 인해 고숙련 노동자와 저숙련 노동자 사이의 격차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미국과, 영국 그리고 다른 국가의 심각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급진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샤이델 교수는 주장하면서도 과거에 이런 급진적인 정책 변화가 의미 있는 변화를 불러올 수 있었던 시기는 대 재앙 이후였다는 것을 강조한다.

 

샤이델 교수는 한 인터뷰를 통해 불평등의 긴 역사에 대해서 말하였다.





지난 세기의 불평등의 감소는 대 재앙 이후에 이루어졌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파괴적인 “4기사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을까요?

 

첫 번째는, 대규모 병력 동원이 동반된 전쟁입니다. 가장 전형적인 예시가 바로 1, 2차 세계대전입니다. 대부분의 성인 남성이 징집되었고, 많은 여성들도 전시 물자 생산과 같은 노동에 투입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시민들이 전쟁 수행을 위해 동원된 것이죠.

 

전쟁 수행을 위해서는 강력한 국가 권력이 필요했고, 경우에 따라서는 세율이 90%에 이르는 극단적인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특히 유럽에서 정부 개입과, 물리적 파괴로 인해 대규모 자본 손실이 발생했고, 반대로 노동자들에게는 엄청난 재분배 효과가 돌아갔습니다. 투표권, 노동조합 등과 같은 민주주의적 요소가 확대되었습니다. 정부는 전시 동원의 대가로 시민들에게 무엇인가를 돌려주어야했기에, 이와 같은 변화가 전쟁 직후에 급격히 일어난 것이죠.

 

두 번째는, 더 크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바로 혁명입니다. 레닌과 마오쩌둥은 러시아와 중국에서 부자들의 재산을 몰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을 죽이고, 모든 것을 국유화했으며, 또 임금과 물가를 정하고 모든 경제를 계획했습니다. 이것은 극도로 폭력적인 방법이지만, 만약 불평등 문제로만 국한한다면, 이는 굉장히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2가지는 더 먼 과거에도 종종 일어났던 일들입니다. 국가 붕괴와 대규모 전염병이죠. 국가의 붕괴는 모든 사람들이 더 가난해지기 때문에, 다른 방법들보다 덜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과거 로마제국이 브리튼섬을 정복하자, 불평등의 정도가 급격하게 확대되었습니다. 그러나 5세기경 로마제국이 물러나고 앵글로 색슨족이 들어오자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죠.

 

마지막은, 중세 유럽의 흑사병과 같이 인구의 상당수를 쓸어버리는 대규모 전염병입니다. 이는 물리적 인프라(토지와 자본)을 파괴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재인식이 일어납ㄴ디ㅏ. 노동자들은 고용주에게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할 수 있게 되며, 자본가들은 재산 가치의 평가 절하를 겪게 됩니다.

 

이 중 어떤 재앙이 다시 일어날 수 있으며, 불평등 문제에서 비슷한 효과가 일어날까요?


 

기술 변화 덕분에, 전쟁의 양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50~100년전과 같은 대규모 전면전이 아니라, 신속한 하이테크 전쟁이 일어날 것입니다. 매우 많은 비용이 소모되며, 파괴적일 수는 있겠지만, 불평등 문제에 한정하자면, 과거와 비슷한 효과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세계는 더 평화로워졌습니다. 혁명도 비슷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20세기 초 소련이나 중국과 같은 국가들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재현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좌파 혁명대신 포퓰리스트들에 의한 우파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을까요?

 

그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아마 이들은 다시 새로운 브르주아가 되려할 것입니다. 그들이 정권을 잡는다고 해서 반드시 재분배 정책을 실행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마 나치가 정권을 장악했을 당시의 예를 들 수도 있겠지만, 이 자들의 불평등에 대한 관심은 수사학 그 이상을 넘지는 못할 것입니다.

 

에볼라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 그리고 생물학전에 대한 공포가 여전하기 때문에 대규모 전염병은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입니다.

 

농업사회에서는 전염병이 발생하면 불평등 문제에 국한해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현대사회는 극도록 정교하게 상호 연결되어 있기에, 아마 인구의 10%만 죽어도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전체 사회 시스템이 붕괴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과거와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에게 반드시 동일한 재분배 효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현대에 들어 새로 등장한 선택지는 바로 자동화입니다. 만약 대규모 전염병이 퍼진다면, 더 많은 로봇으로 노동력을 대체한는 것을 선택할 수 있고,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불평등이 더 확대될 수 있습니다.

 

역사 속에서 불평등을 축소하는데 유일하게 효과가 있었던 이 4기사가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효과적이지도 않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것이 바로 정확한 질문입니다. 오늘날 미국의 트럼프와 유럽의 포퓰리스트들과 같은 사람들은 “40년 전은 어땠는지 다시 떠올려봅시다. 과거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라 주장합니다. 전후 시기의 고도성장, 견실한 중산층, 낮은 불평등 그리고 모든 것이 완벽했던 시기로 돌아가자는 의미이죠. 물론 이것은 사실이고, 매우 바람직한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의 정책, 세금 그리고 관세와 노동조합을 살펴보세요. 이런 것들은 그 당시의 매우 특수했던 시대 분위기, 시대 상황에 맞물려서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정책입안자들, 대표자들, 그리고 학자들은 오늘날의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현실적이면서 효과적인 정책을 제안한 사람이 있을까요?

 

영국과 미국에서 불평등 수준은 이미 너무 커져서 어떤 정책을 시행해도 대부분은 어느 정도 수준에서 효과가 제한됩니다. 가장 유명한 연구는 토니 앳킨슨이 최근에 출간한 책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는 정책의 비용을 추산하였습니다. 제가 아는한 앳킨슨은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한 유일한 학자입니다. 그의 결론은 어느 정도 수준 까지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보다 더 과격한 방법을 시도한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게되고, 정치적 문제로 인해 정책의 실현가능성이 낮아진다고 합니다.

 

정치적 의지나, 재정 지원이 없다면, 불평등은 어느 수준까지 확대될까요?

 

불평등은 끝도 없이 확대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수준의 한계가 존재하죠. 그 한계가 어디인지는 모르지만요. 다른 국가들로부터 자원을 얻거나, 혹은 재산을 은닉할 수 있는 피난처가 있는 글로벌화된 경제에서는 불평등은 끝도 없이 확대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최상의 계층이 차지하는 부는 전례가 없는 수준에 이를 것입니다.


 

당신의 책은 이 극단적인 불평등이초인류계층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직까지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유전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미 우리는 그 궤도에 올라섰습니다. 가장 대담하거나 혹은 도덕적으로 의심스러운 실험이 이미 동아시아에서 착수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합니다. 이 길을 따라 수 십 년 정도가 지나게 되면, 부모들은 맞춤 아기를 가질 수 있게 되며,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최상위 계층의 사람들은 일반사람들과 유전적으로 전혀 다른 계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일은 유전 문제에 국한되어서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인류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이식, 삽입 수술을 위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실리콘 벨리에 살고 있고, 여기 사람들은 1,000년을 사는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여하튼 언젠가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암울한 미래네요. 책의 주제를 알기에 저는 그리 놀라지는 않았습니다만, 이 인터뷰는 우울하게 끝날 것 같습니다.

 

희망의 여지는 분명히 있지만, 20세기 초에 겪었던 현저한 수준의 평등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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