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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켐벨의 영웅과 우리의 일상

category # 생 각 들 2017. 12. 6.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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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과 신화


조셉 캠벨


무엇이 영웅을 만드는가? 그리고 상상과 역사 속 영웅들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이것이 바로 전설적인 신화학자인 조셉 캠벨이 평생을 걸쳐 답하고자 했던 문제였다. 이 두가지 질문은 그다지 관계 없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이 뒤에는 더 많은 것들이 숨어 있다.

 

인간 문화의 대부분은 신화와 이야기에 기초한다. 역사속에서 이 같은 신화와 이야기는 이데올로기를 만들고, 사람들의 소속감을 키워주며, 도덕적이고 실제적인 행동강령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신화와 영웅


오늘날 신화라는 단어는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으며, 그저 오래된 민속 구전과 상상 속 이야기 따위로 치부된다. 그렇기에 신화가 우리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굳이 고대 그리스인들처럼 신화와 기적과 같은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오늘날 우리 역시 나름의 신화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보는 만화, 우리가 보는 영화 그리고 우리가 읽는 소설속에서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조셉 켐벨의 커리어는 바로 이 신화와 신화가 그려내는 영웅에 대해 연구했다. 그의 연구는 고대 문화와 전설, 종교에서부터 현대 문학작품에 까지 광범위하게 걸쳐 있었다. 놀랍게도 그는 똑같은 이야기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것을 ‘Monomyth’라고 불렀다. 이는 역사속에 있던 모든 영웅들이 공통적으로 걸었던 길이었다.

 

캠벨은 총 17단계로 Monomyth(혹은 Hero’s Journey)를 구분했다.


 

그러나 여기서 17단계가 이야기에서 전부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전체 내러티브에서 대략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이야기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다.

 


모험에의 소명


가장 두드러진 단계 중 하나는 모험에의 소명(The Call to Adventure)’이다.

 

모험에의 소명은 평범한 세계에서 평범하게 살던 사람이 알 수 없는 부름을 받게 되는 단계를 의미한다. 바로 여기서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불경에 따르면 붓다의 이야기는 아무것도 모르던 싯다르타라는 어린 왕자를 보호하고 있던 성의 외벽에 서서 바깥 세상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시작한다. 바로 그곳에서 싯다르타는 바깥 세상의 역병, 고통 그리고 죽음에 대해 처음 마주하였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싯다르타는 어떻게 하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탐구하기 시작했다.


해그리드

 

현대 소설인 해리포터 역시 마찬가지이다. 고모, 고모부와 함께 살던 평범한 아이 해리포터라는 아이가 있었고, 11살 되던 생일날 갑자기 마법학교 호그와트에서 해그리드가 와서 해리가 마법사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모든 이야기에는 영웅이 평범한 세상에서 특별한 세계로 이동하는 과정이 있다.

 

무엇이 특별한 세계인지는 이야기마다 모두 다르지만, 모험에의 소명은 어느 이야기에나 존재한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이 모험에의 소명이 사명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열망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때로는 평화롭던 일상이 갑작스럽게 파괴되기도 하며 해야만 하는 일로 표현되기도 한다.

 

어느쪽이든, 모험은 영웅으로 하여금 잘 알지못하는 미지의 세계로 뛰어드는 용기를 요구한다. 


시련



모든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또 하나의 단계는 바로 시련(The Road of Trials)이다. 이 단계에서 영웅은 테스트를 거치게 된다.

 

진짜 모험이란 무엇인가? 이를 가장 잘 구별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도달 범위 밖에 있는 것인가? 라는 질문이다. 모험은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으며, 성공의 여부조차 불분명하다.

 

실제로 대부분의 이야기에서, 영웅이 자기가 머물던 일상적인 삶을 떠나 특별한 세계로 들어간 후,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경험의 부족, 능력의 부족은 그들이 아직까지는 완성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과정에서 실패를 겪게 된다.

 

하지만 조력자들의 도움 덕분에 영웅은 그 순간을 이겨낼 수 있지만, 대게는 더 크고, 더 중요한 시련을 만나기 마련이다. 여기가 바로 이야기의 하이라이트이며, 영웅이 가장 고난을 겪는 부분이다. 영웅은 거대한 공포를 마주하며, 거대한 실패를 겪고 또 어떤 이야기에선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계속해서 해리포터 이야기를 인용해보자면, 친구들과 여러 주변인물들의 도움 끝에 수년간의 고난을 모두 겪은 후 마침내 호그와트에서 볼드모트를 마주하게 된다. 해리는 일시적이지만 완전히 무장해제되고 죽기까지 한다. 그리고 다시 되살아나서는 최종적인 승리를 선언한다.

 

모든 위대한 고난을 이겨낸 후, 영웅은 보상을 얻게 된다. 어떤 이야기에서 보상은 악()이 영원히 소멸하며 다시 찾아온 평화이기도 하며 세계를 정복하고 왕위에 오르거나 거대한 상을 받는 것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모든 모험을 끝내고 요정의 땅으로 떠나는 프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보상이건간에, 일상세계를 떠나 특별한 세계로 다녀왔던 영웅의 모험은 그를 영원히 바꿔놓게 된다.

 

영웅은 그 전보다 나이 들고, 현명해졌으며, 스스로가 변하였듯, 그의 능력을 이용하여 일상세계를 더 나은곳으로 만들게 된다.

 

조셉 캠벨은 이 발견을 그의 저서 “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 천의 얼굴을 지닌 영웅”을 통해 발표했다.



 이후 영웅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는 문화의 역사와 세계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추구하는 학계와 또다른 영웅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창작자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캠벨의 이야기가 여기에서 그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기를 원하는 많은 사람에게도 큰 영감을 준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기괴한 괴물과 위험한 수수께끼 따위를 마주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역시 각자 삶의 여정에서 나름의 모험과 시련을 마주하게 된다. 역사 속, 소설 속 영웅과 형태만 다를 뿐이다. 창조적 작업 혹은 기업가적 도전. 결혼과 헌신 여행과 이사와 같이 말이다.

 

비슷하게 우리 매일매일의 삶이 붓다나 해리포터의 이야기 혹은 다른 전설적인 신화처럼 파란만장하지는 않지만, 우리도 삶에서 영웅적인 용기를 필요로 하는 순간을 맞이하며, 이 순간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모습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용기와 영웅적 행동의 정의는 아주 좁은 고정관념에 국한되지만, 사실 매우 일상적인 순간에 진짜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자질들이 드러난다.

 

본인의 삶을 monomyth로 정의하는 것은 개인에게 달려 있지만, 도전과 시련을 이겨내고 안식을 얻게 되는 우리의 삶과 영웅의 일대기를 다르게 생각할 이유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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