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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더리 보이콧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 미국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UN총회에서 미국과 동맹국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미국은 북한을 완전 파괴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한 1주일 후인 9 21일, 미국 행정부는 북한과의 거래를 하는 외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안을 담은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는, UN회의에 참석한 북한의 외무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태평양 상에서의 수소폭탄 실험을 포함한 높은 수준의 대응이 있을 것이라는 발언 직후 발표된 것이다.

 

북한 정부와 기업, 그리고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1차 제대 조치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계속해서 핵무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해외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을 해결책으로 독자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미국 역외에서 북한과 거래를 하는 모든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의 은행이 말레이시아 역내에서 북한인, 혹은 북한 기업과 거래를 할 경우, 모든 미국 기업과 은행은 해당 말레이시아 은행과의 거래를 중지해야 한다. 미국 은행과 말레이시아 은행의 거래가 북한의 핵개발과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 하더라도 말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해당 말레이시아 은행은 미국내에서 어떤 거래도 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이 발표한 행정명령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 행정명령의 4조에는 의도적으로북한 혹은 북한과 관련된 상대방과중대한 거래를 하는 미국 내 외국 은행들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재량권을 미국 재무부에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와 회담 중, 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고 한다.


해외 은행들은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거나 북한의 불법적인 정권과 거래를 지속하거나.”

 

지금까지 핵을 포기하도록 북한을 설득하려는 한국과 미국의 모든 노력이, 태평양을 향한 북한의 ICBM 발사로 인해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보이는 이 시점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은 그래도 괜찮은 선택으로 보인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강경하면서도, -군사적인 조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결함이 존재한다. 


세컨더리 보이콧의 문제점


비록 북한이 외부세계와 교류가 거의 끊어진 은둔국가로 간주되긴 하지만,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 브라질, 독일 그리고 말레이시아 등과 상당한 교역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은 대게 중국과, 중국의 대형은행을 주 타겟으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중국 은행들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금융기관들이다.

 

예를 들어,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미국의 목표는 북한과 거래를 하고 있는 중국의 주요 은행들이어야 한다 주장했고, 미 상원 은행 위원회는 북한의 자금줄이 이들 중국의 주요 은행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물론, 북한이 광분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온건한대처를 할 것을 요구하는 여론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세컨더리 보이콧은 일각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의 화살이 아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실제로는, 많은 문제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효과가 입증된 것도 아니며, 가장 중요하게는 경제적, 정치적으로 미중 관계에 엄청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북한에 대한 압박을 일관되게 유지하는데 중국이 도움이 절실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말이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제재로 인해 미국 금융기관들이 디리스킹(de-risking : 위험 요소를 제거)을 하는 것이다.

 


디리스킹이란 다양한 정부의 제재와 이해 관계자들의 각종 소송과 같은 외부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이 위험한 지역과 산업에 관련되어 있는 고객들을 거부하는 현상을 뜻한다. 디리스킹이 일어나면, 기업과 일반인들은 은행 계좌를 개설하기 더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비공식적인 (때로는 불법적인) 채널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인해 이 같은 문제가 확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멕시코 국경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은행이 마약과 인신매매와 같은 불법적인 사건에 연루되기를 꺼려하기 때문에, 금융시스템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다. 미국의 모든 은행들이 소말리아의 은행과 거래를 끊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거주하는 소말리아인들은 고국에 돈을 송금하지 못하게 되었다. HSBC와 다른 은행들은 미얀마, 앙골라 그리고 이라크와 같은 국가와의 거래를 중지했다.

 

최근 국제 금융 기관과, 사법 기관들이 포함된 자금세탁 방지 전문가 협회(Association of Certified Anti-Money Laundering Specialists, ACAMLS)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각종 규제 리스크 및 비용증가로 인해 시장을 떠났으며, 나머지 33% 역시 수년 내에 떠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디리스크가 가져오는 많은 혼란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이런 대응은 합리적이라 이해할 수 있다. 범죄와 거리를 두려는 은행의 노력 여부와 상관 없이, 범죄자들에게 자금이 흘러 들어간 경로로 지목되면 처벌받기 때문이다.

 

은행은 소송 혹은 제재조치를 당할 위험을 무릅쓰는 것 보다 차리리 잠재적으로 위험한 고객과의 거래를 완전히 끊는 것이 더 낫다고 계산한 것이다.

 

미국과 다른 국가들의 은행이 북한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만으로 중국 은행과의 거래를 끝내는 것을 상상해보라. 중국은 소말리아나 이라크 혹은 앙골라 같은 국가가 아니다. 대규모 디리스크 이후 엄청난 경제 고립과 혼란이 벌어질 것이 자명하다.

 

세컨더리 보이콧을 지지하는 측은 같은 방식을 통해 이란을 핵 협상으로 이끌어 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란은 달랐다. 미국이 이란과 거래를 하는 금융기관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취하기로 결정했을 때,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미 이란을 수년 동안 철저히 고립시켜 놓은 상태였다.

 

이란은 이미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특히 미국과 그 동맹국들로부터 거의 완전히 배제되어 있었다. 그러니 현재 북한과 중국의 사례를 이란에 비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중국의 변화가 가능할까?


중국은 동북지방과 국경을 직접 맞대고 있는 북한이 붕괴되어 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유지하는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가난하고, 핵보유국이 된 이웃국가를 놓고 주사위를 던지지 않을 것이며, 북한의 체제가 무너지는 것을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세컨더리 보이콧을 찬성하는 측도 중국과 그 금융기관들의 보수성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조치가 중국의 입장에서는 주권침해라 여길만큼 외교적으로 민감한 문제라는 점을 인정한다.

 

외교적 수모를 겪었다고 느낄 중국이 이로 인해 호의적인 태도로 바뀔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세컨더리 보이콧이 중국 경제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했을 경우 더더욱.

 

중국의 은행들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하는 것은 꽤나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이기는 한다. 특히 다음 선거를 앞두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길 원하는 정치인들의 입장에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포함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입장에서는 북한 문제에 대한 좀 더 포괄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편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동북 국경지방의 안정이다. , 미국이 북한의 안정 혹은 체제를 보장해 주는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중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강력하게 압박하기 어렵다.

 

지난 박근혜 정권 기간 동안 한국은 중국이 남북관계에서 한국 편을 들어 북한을 압박하고 핵을 포기하도록 해주기를 바랬다. 미국의 반대에도 중국의 전승절에 대통령이 참석하면서까지 말이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한국이 중국의 이익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이상 이는 불가능에 가까운 희망이었다.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해 미국은 중국을 전례없이 강하게 압박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전례 없이 강경한 조치는 다가올 미국의 선거에서 분명 큰 힘이 되겠지만, 동북아 지역의 오랜 지정학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섬세하고 신중한 외교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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