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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같은 이별, 예술과 같은 재회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것은 아마 사랑일 것이다. 그리고 가장 유별난 사람은 예술가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예술가들이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랑은 특별하고 아름다우며 영화 같은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예술가들의 사랑은 가슴 먹먹하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일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사랑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1970년대 마리나와 남자친구 울레이는 연애 끝에 헤어지기로 했다. 그러나 관계가 끊어지기 전, 이들은 말 그대로 예술가 같은, 매우 특별한 방식으로 헤어지기로 했다.

 

이들은 각각 중국 만리장성의 양 끝으로 가서 서로를 향해 무작정 걸어갔다. 몇 날 며칠을 걸은 끝에 중간 즈음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다가선 두 연인은 마지막으로 깊은 포옹을 하고 걸어가던 방향 그대로 헤어졌다. 그리고 이 날 이후, 한때 연인이었던 마리나와 울레이는 서로 다시 만날 수 없었다.

 

만리장성에서의 마지막 포옹 이후 30년도 더 지났고, 그동안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행위 예술가로서 이름을 날렸다. 그리고 그 날 역시 마리나는 행위 예술을 시연했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한 예술은 거리에 탁자와 의자를 놓아두고 의자에 앉는 낯선 이들과 1분간 침묵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예술에 참여한 평범한 시민들은 마리나와 침묵속에서 서로를 그저 바라보며, 어떤 영감 혹은 에너지 같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때 마리나의 앞에 한 남성이 나타나자, 다른 사람들을 마주할 때와 달리, 마리나는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눈에서는 조용히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래 영상에서 1 30초 즈음 나타난 사람은 바로 다름 아닌 울레이였다. 만리장성에서 영화와도 같은 이별을 했던 연인들은 30년이 더 지나서 이들은 처음으로 서로를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랑은 모든 순간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때때로 사랑은 영원할 수 없으며, 함께하며 함께 느꼈던 놀라운 감정 역시 사라지기도 하지만 기억은 남는다. 우리는 이 기억들을 가슴속에 묻으며 영원히 이를 추억한다.

 

찰나와 같이 짧은 1분이었을까? 영원과 같은 1분이었을까? 침묵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던 옛 연인은 손을 마주 잡았다. 약속된 1분이 지났고 남자는 조용히 일어나 발길을 돌렸다.


   

마리나와 울레이 역시 서로를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침묵속에서도 서로에게 가슴으로 수 많은 말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영화같이 헤어지고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후 예술로 다시 만난 이들이 나누었던 침묵의 대화는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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