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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의 역사 그리고 달라진 혁신의 환경

category # 생 각 들 2017. 7. 2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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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의 수많은 IT 기업들


실리콘 밸리는 가장 밑바닥에서 시작해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최고의 회사가 될 수 있는 곳이었다. 1970년대에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1980년대에는 AOL, 1990년대에는 아마존, 야후, 구글 그리고 2000년대에는 페이스북이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서 실리콘 밸리에서는 더 이상 이런 기업들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꿈을 가진 수 많은 사람들이 실리콘 밸리에서 새로운 기업들을 시작하고 있지만 가장 최근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는 페이스북도 벌써 창업한지 13년이나 지났다.

 

작년만 해도 우버가 차세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우버의 CEO가 불명예스럽게 사임하게 되었고 회사의 미래도 불안정해졌다. 지난 10년동안 창업된 스타트업들 역시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우버 이후 창업된 가장 성공적인 스타트업이었던 AirBnB는 시가총액이 310억 달러 규모로 페이스북의 10%로 되지 않는다. 그나마 네임드 급인 스냅, 스퀘어, 슬랙과 같은 회사들은 이 보다도 훨씬 작다.

 

지난 30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1990년대에 구글과 아마존은 마치 새로운 뱃길을 개척하는 개척자들 같았다. 인터넷 초기의 개척자들은 낮은 과일나무에 열려 있던 과실들을 따먹었다. 검색, 전자 상거래, 소셜 네트워크와 같이 수익성이 높은 분야를 재빨리 장악했다. 그리고 핀터레스트, 텀블러와 같은 후발주자들이 등장해 이미 거인으로 성장한 이들 기업의 틈바귀에서 경쟁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


 

인터넷 세계를 장악한 거인들


그러나 신생기업들이 과거처럼 혜성과 같이 등장하여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려워진 다른 이유가  더 있다.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표현이 있다. 성공한 자들은 과거에 자기가 성공한 방법으로 다른 경쟁자들이 올라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다리를 치워버린다는 의미이다


오늘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대기업들은 시장을 장악하는데 더 큰 집중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새로운 시장이 생길 때마다 재빨리 사업을 확장하고 잠재적 경쟁자들이 아직 소규모 기업에 불과할 때 이들을 인수한다.

 

그 결과 과거에는 수 많은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했던 인터넷이라는 시장이 이제는 소수의 대기업들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독점 시장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대기업들



야후, DEC, 썬마이크로 시스템즈, AOL과 같이 기술 변화로 인해 몰락한 기업들의 스토리는 실리콘 밸리에서도 유명하다. 그리고 이제 대기업들은 이와 같은 실수를 주의 깊게 연구하고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오늘날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그리고 마이크로 소프트 같은 대기업들의 경영팀에서는 이 같은 위협에 대해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폰 시대 개막 이후에 등장한 최초의 대기업인 페이스북의 사례를 살펴보자. 페이스북은 데스크톱 웹사이트 시대에 창업되었다. 그랬기에 야후와 같은 회사들처럼 모바일 시대에 대한 대비가 없었다면 급격하게 몰락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터치스크린 모바일 화면에 적합한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집중했다.

 

또 저커버그는 모바일 시대에 잠재적 경쟁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에 대한 대규모 쇼핑에도 나섰다. 2012년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10억달러에 인수했으며 2014년에는 메신저 어플 왓츠 앱을 무려 190억 달러에 인수했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수많은 스타트업들


저커버그는 과거 구글이 이미 모범을 보였던 모델을 따르고 있다. 2006년 구글은 인터넷에서 가장 인기있는 사이트로 성장한 동영상 사이트 YouTube 16 5천만 달러를 지불했다. 또 구글은 2005년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기도 전에 안드로이드라는 유명한 모바일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했고 그 덕분에 구글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도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러한 인수작업은 훗날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다. 왓츠앱과 YouTube는 페이스북 바로 뒤에 위치한 가장 많이 사용되는 SNS가 되었다. 그리고 막대한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 내수용 서비스를 제외한다면, 인스타그램은 그 바로 뒤에 위치한다


만약 이 회사들이 페이스북과 구글에 인수되지 않았더라면,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페이스북과 구글 제국의 첨병이 되었다.

 

아마존 역시 비슷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아마존은 온라인 신발 쇼핑몰 Zappos 2009년에 인수했으며, 2010년에는 아이를 가진 부모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Diapers.com을 서비스하고 있는 Quidsi를 인수했다.


 


대기업에게 인수되지 않은 독립 스타트업이 맞이한 힘겨운 현실



하지만 모든 스타트업들이 이들 대기업의 인수제의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스냅챗의 CEO 에반 스피겔은 2013년 페이스북의 30억달러에 이르는 인수제의를 거부했다. 그리고 2017년 회사의 이름을 스냅으로 바꾸고 기업 공개를 단행했다.

 

그러자 페이스북은 스냅챗이 가지고 있던 많은 기능들과 유사한 자체 서비스들을 시작했다. 페이스북이 소유하고 있는 인스타그램에서는 스냅챗의 Story 기능과 유사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6개월이 지나자 스냅챗 보다 훨씬 많은 유저들이 인스타그램의 해당 기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의 인수를 거부한 스냅챗

 

인스타그램은 스냅챗의 Lense와 유사한 기능을 도입했는데, 스냅챗의 Lense는 네이버의 Snow와 마찬가지로 셀카를 찍을 때 여러가지 효과를 주는 기능이다. 이와 같은 페이스북의 압박 덕분에 스냅챗의 주가는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지역 리뷰 서비스인 YelpCEO 제레미 스토플맨은 구글과 야후의 인수제의를 거부하고 지난 2012년 기업공개를 실시했다. 구글은 자체적인 지역리뷰 서비스를 오픈했다. 스토플맨은 구글이 검색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지역 리뷰 시장에서 불공정한 경쟁을 했다 불만을 터트렸다.

 

구글의 검색 결과에서 Yelp의 검색 순위는 아래로 내려갔으며, 이 덕분에 Yelp에는 새로운 사용자들이 유입되지 않았다. 비록 Yelp는 아직 미국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Yelp의 주장에 따르면 구글의 이런 방해 때문에 Yelp의 해외 진출이 좌절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불편한 현실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대기업들에게 사업을 넘기는 것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에게 인수되었던 Diapers.com의 운영사인 Quidsi와 같은 경우 처음에는 아마존의 인수 제안을 거부했지만, 아마존이 그 즉시 자사의 기저귀 가격을 크게 내려버렸다고 한다.

 

Quidsi의 자체적인 분석 결과 아마존은 단 3달 동안 기저귀 시장에서만 대략 1억 달러에 달하는 손해를 감수한 것으로 추정했다. 중소형 벤처기업에 불과했던 Quidsi로써는 이런 경쟁을 유지할 수 없었고 경영진은 결국 2010년 회사를 아마존에 팔기로 결정했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현대 스타트업



야후, 이베이, 구글 그리고 페이스북과 같은 전통적인 인터넷 스타트업들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런칭하고 또 몇 년 안에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보통 사람들이 기업을 세우는데 느끼는 엄청난 압박감을 거의 받지 않고 그저 아이디어를 제대로 풀어놓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설립한 2004년만 하더라도 웹사이트를 서비스하는데 그리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저커버그와 페이스북은 상대적으로 이른 시간에 수익을 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페이스북이 점점 성장하면서 엄청난 수익을 가져왔으며, 이 돈으로 페이스북은 다른 기업들을 인수하고 새로운 사업분야로 확장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다르다.

 

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기에, 새로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마찬가지로 이 신생 스타트업들이 대기업들에 맞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러니컬 하지만, 이 때문에 스타트업이 수익을 내기에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승차공유 업계가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버와 리프트는 지난 수년 동안 가격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우버는 수십억 달러 그리고 후발 주자인 리프트도 수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식품 배달 업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수억 달러를 쏟아 부으며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변화로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도달하고 있는 통로 자체를 이미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과거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이메일을 통해 회원으로 가입하면 이메일 주소록에 등록되어 있던 친구목록들을 이용해서 페이스북 초대 메일을 보내는 방식으로 가입자들을 끌어 모았다


그런데 지금 페이스북은 다른 회사가 이런식으로 페이스북을 이용해서 가입자를 모으는 것을 허용하고 있을까? 절대 아니다. 페이스북은 자사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마켓팅을 하려는 다른 회사들에게 신규 가입자당 비용을 받는 식으로 해서 수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비록 과거에 비해 온라인 비즈니스를 개설하는 것 그 자체 비용은 훨씬 낮아졌으나, 이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고 가입시키기 위해서는 과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비용이 소모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비용들은 구글과 페이스북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달라진 혁신의 환경


 

이러한 비판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이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도 곤란하다. 최근의 창업 환경이 맞이하고 있는 각종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대중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진정한 혁신이 있었는지는 사실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서 언급했던 낮은 과일나무에 대한 비유는 꽤나 적절하다. 이제 충분히 크고 수익성 있는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기에, 과거처럼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몇 달 전, 인터넷에서는 Juicero라는 엄청나게 비싼 착즙기계를 파는 스타트업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다. 대부분은 비웃음이었는데,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은 일부 초 부유층을 겨냥한 이와 같은 상품들이 펀딩을 받는다는 것은 일반 대중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그만큼 힘들어졌다는 현실에 대한 반증이다.


말도 안되는 Juicero 착즙기

Juicero는 극단적인 예시이다. 그러나 최근의 스냅, 스퀘어 그리고 핀터레스트와 같은 인터넷 스타트업들은 구글, 애플, 아마존이 창업 초기에 보여줬던 것 만큼 혁신적이지 않다.

 

이와 같은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미국에서 1950,60,70년대는 반도체 제조업의 혁신이 폭발했던 시기이다. 그러나 결국 이 시장은 삼성, 인텔, 퀼컴과 같은 매우 소수의 대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물론 실리콘 밸리에서 혁신은 멈추지 않았다. 대신 반도체 칩이 아닌 다른 분야로 혁신의 방향이 바뀐 것뿐이다.

 

1980년대, PC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아도브와 같은 위대한 회사들이 창업되었다. 이들은 반도체 분야의 인텔처럼 여전히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PC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새롭게 창업하는 스타트업들은 많지 않다.

 

아마 우리는 어플리케이션과 온라인 서비스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맞이한 것일지도 모른다. 웹 브라우저와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많긴 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이미 구글과 페이스북 그리고 스냅과 같은 회사들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실리콘 밸리와 다른 국가들에서 혁신이 멈추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일어날 혁신은 우리가 지난 20년간 보았던 것과는 매우 다른 형태일 것이다.

 

예를 들어 테슬라를 살펴보자. 어떤 면에서 보면, 테슬라는 전통적인 실리콘 밸리 출신이다. 테슬라는 팔로 알토에 위치하고 있으며, 터치 스크린부터 자율주행 기능까지 수많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프로그래머들을 고용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면에서 보면 테슬라는 실리콘 밸리의 표준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 애플이 중국에서 아이폰을 조립하고 있는 반면,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에서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으며, 우버와 AirBnB가 자동차와 집을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반면, 테슬라는 수십억 달러를 배터리 공장에 투자하고 있다.

 

테슬라의 생산거점, 캘리포니아의 기가팩토리


그러므로 만약, 구글, 페이스북 그리고 아마존과 같은 대기업들이 계속해서 온라인 서비스 시장을 장악한다 하더라도, 더 넓은 의미의 기술혁신에서 본다면 이들이 계속해서 혁신을 주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신 혁신의 방향이 급격하게 다른 쪽으로 이동할 수 도 있다는 의미이다. 지금까지의 스마트폰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서 자율주행 자동차와 배달 드론과 같은 분야로 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실리콘 밸리와 인터넷 혁신을 동의어로 생각해왔지만, 그 다음에 닥쳐올 혁신의 물결은 우리가 익숙한 것과는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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