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 컨텐츠 공급자
최고의 선수들은 연봉을 스스로 번다.
2000년대 초 레알마드리드의 마케팅 매니저 Jose Angel Sanchez
2000년 플로렌티노 페레즈는 루이스 피구를 바르샤로부터 데려오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 선거에서 승리하였다. 그 후 몇 년 동안 레알 마드리드는 ‘갈락티코 정책’으로 알려진 스포츠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영입 정책을 펼쳤다. 4년 동안, 루이스 피구, 지네딘 지단, 호나우두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이 총 2억 1800만 유로의 이적료로 베르나베우에 합류한 것이다. 몇 년 후 2차 갈락티코 정책으로 카카, 크리스티아노 호날두, 가레스 베일, 하메스 로드리게스도 레알 마드리드로 영입되었다. 지난 여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폴 포그바를 영입하고 나서야 레알 마드리드가 16년 동안이나 보유하던 최고 이적료 기록이 깨어질 정도로 레알 마드리드는 최고의 선수를 최고의 가격으로 영입해왔던 것이다.
바르샤와 레알 마드리드의 총 수익과 상업 부문 수익
지출이 과도하다 느껴지겠지만, 이 지출의 자금원은 분명이 존재하였다. 그리고 믿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이 모든 것은 라이온 킹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임원들은 디즈니가 영화관에서뿐만 아니라 상품을 판매하고, 스핀오프로 수익을 창출하며, 장기간에 걸쳐 엔터테인먼트 브랜드를 창출하는 것에 대해 연구하였다. 쇼를 만들고, 관중들을 끌어 모은 후, 이들에게서 수익을 창출할 것, 이것이 레알 마드리드의 모델이 되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훌륭한 개척자였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클럽을 컨텐츠 제공자로 재정의하고 축구를 엔터테인먼트 상품화하면서 경쟁자들보다 한 발짝 더 앞서 나갔다. “최고의 선수들은 연봉을 스스로 창출합니다, 최고의 스타들은 최고의 퍼포먼스와 볼거리를 제공하죠. 레알 마드리드는 하나의 브랜드입니다. 그리고 상품은 선수들과 축구라는 컨텐츠입니다. 모든 것은 바로 여기서 시작하죠.” 레알 마드리드의 마케팅 매니저였던 Jose Angel Sanchez는 이렇게 설명했다.
2003년 7월, 레알 마드리드는 데이비드 베컴의 영입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은 오전 11시에 열렸는데, 동아시아 지역의 저녁 뉴스시간에 맞춘 것이었다. 베컴의 입단식은 다이애나 비의 장례식 이후 가장 높은 TV 시청률을 기록했다. “터닝 포인트였습니다. 데이비드 베컴의 입단식은 축구 게임 그 자체보다 볼거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었죠.”
갈락티코 정책의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갈락티코 스타들을 영입하고, 수익과 재정의 개선을 위해서는 다른 분야에서의 희생이 필요했다. 축구 시장에서 최고의 스타들은 대게 공격수들이었고, 갈락티코 정책에 따라 레알 마드리드는 공격수들만 주구장창 영입하였다. 그 결과 팀의 밸런스는 심각하게 무너지게 되었다. 페레즈의 스타 선수들에 대한 집착 덕분에 코치들은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2군과 중간 급 선수들은 갈락티코 정책 때문에 차별 받고 있다는 불만을 하기 시작했다. 많은 선수들이 떠나갔고, 팀의 스쿼드에도 불균형이 심해졌다. 결과는 참담했다. 1950년대 이래 처음으로, 레알 마드리드는 3년동안 단 하나의 우승컵도 들어올리지 못했다. 한편, 클럽의 연습구장은 재정마련을 위해 매각되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경기 계획이 없다. 레알 마드리드는 상업적 계획을 우선순위에 두었고 축구 경기는 상업적 목적에 따르는 부차적인 역할이었다. 스타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했지만, 팀을 만들지는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는 황혼기에 접어든 선수들로 만든 실망스러운 모자이크였다. 그리고 구단은 상업적 수익에만 몰두했다.” El Pais의 Saintiago Segurola는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정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슬럼프에 빠져들었지만, 바르샤는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레이카르트는 2006년에 구단의 2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이끌었으며, 2년후 그의 후임으로 부임한 Guardioloa 역시 2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였다. 그리고 과르디올라가 바르샤의 유스 출신으로 스쿼드를 꾸려 이 같은 위업을 이루어 낸 덕분에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정책에 대해 신나게 비웃을 수 있었다. 바르샤의 성공은 칸테라(자체 육성)의 승리였고, 지역주의의 승리, 유망주 정책의 승리였다. 이는 크루이프와 라포르타의 구상 그대로였다.
그러나 경기장 밖에선 좀 다른 일이 펼쳐지고 있었다.
Part 5 – 공격수
“제가 보기엔, 마드리드는 남자이고 바르샤는 여자입니다. 매우 허영심이 강한 여자죠.”
작가, Carlos Ruiz
라포르타가 바르샤의 회장으로 취임한 2003년, 클럽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었다. 선수들과 직원들의 연봉이 전체 소득의 88%에 달했다. 상업적 수익은 엉망이었다. 라포르타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친선경기로 2백만 유로의 수익을 올린 반면 바르샤는 단 30만 유로 밖에 벌지 못했다.
레이카르트와 과르디올라가 라 마시아를 활성화 시키고 클럽의 기둥으로 만드는 동안 라포르타는 바르샤의 수익모델을 개선하는데 전념했다. 그는 클럽의 채무상환 재협상을 개시했으며, 연간 회원권 판매량을 60%이상 늘려 입장료 수입을 늘렸다. 그리고 기회가 찾아온다면, 바르샤의 갈락티코와 사인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부회장이었던 Rosell은 나이키와의 인연을 살려 2003년 호나우딩요를 영입하는데 성공했고, 그 다음 시즌엔 사무엘 에토, 티에리 앙리 그리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같은 슈퍼 스타들을 계속 영입했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와는 다르게, 바르샤의 이 모든 것들은 이상주의라는 이름아래 이루어졌다. 부회장이었던 Ferran Soriano가 말했듯, 바르샤는 많은 돈을 썼지만 “스포츠 경기장 너머의 사회에 대한 책임감’ 아래 이루어졌다. 2006년, 바르샤는 유니세프와 클럽 역사상 첫번째 유니폼 스폰서 계약을 맺었는데, 일반적인 스폰서 계약과는 다르게 바르샤가 유니세프에게 700만 유로를 지원한 것이었다. 일종의 사회적 공헌이었다. 철저한 분리독립주의자인 라포르타는 바르샤의 아이덴디티를 카탈루냐 독립운동과 밀접하게 연관시켰다. 최근 몇 년 동안 “클럽 그 이상(mes que un club)” 이라는 슬로건은 바르샤를 조롱할 때 더 많이 사용되긴 했지만, 그래도 꽤 그럴듯하게 들리긴 했다.
그러나 로셀이 회장으로 취임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Unicef 로고는 유니폼의 앞면에서 뒤쪽의 작은 부분으로 옮겨졌다. 처음에는 Qatar Foundation이 그리고 2013년부터는 Qatar Airways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스페인의 카탈루냐 억압에 대한 비판을 자주 해왔던 라포르타와 달리, 바르토메우는 카탈루냐 독립 투표가 있었던 2015년에 이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었다. “이에 대해 제 의견을 발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스포츠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독립투표에 관해서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예상하는 바와 같이 바르토메우는 지역문제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그의 시야는 훨씬 더 넓은 곳을 향하고 있다. 그의 다음 프로젝트는 캄프 누의 좌석을 97,000석에서 105,000석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중 VIP석은 현재 1,800석에서 10,000으로 늘어나게 된다. 또 사상 처음으로 구장의 명명권을 매각하려 하고 있다. 바르샤의 명성을 고려한다면 명명권의 가격은 아마 수백만 유로에 달할 것이다.
당연히 순수주의자들은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바르토메우의 반응은 바르샤가 축구계에서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상업화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드는 의문은 다음과 같다. 바르샤는 존재하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인가?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해 바르샤가 존재하는 것인가?
Part 6 –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축구공
바르샤는 천천히 몰락하고 있다.
전 바르셀로나 선수, Bernd Schuster
그러나 최상위권의 레벨에서 이러한 관계는 좀 더 복잡하다. 2015년 12월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바르토메우는 바르샤의 사명을 가장 잘 요약한 문장을 언급했다. “과거에 클럽의 성장을 이끌어 냈던 공식은 이것이었습니다. ‘스포츠에서의 성공은 사회적 성공으로 이어지며, 다시 경제적 성공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클럽의 모든 것을 더 이상 단순히 경기에서 승리하거나 패배하는데 걸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가 만에 하나 경기에서 실패하더라도 축구계에서 우리의 위치를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이 인터뷰를 보고 바르토메우가 그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본질적으로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현대 축구 클럽의 주요 역할은 단순히 이기는 것이 아니라, 패배할 경우에도 스스로를 보호해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바르토메우는 바르샤의 우승여부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비즈니스 관점에서 볼 때, 우승 여부에 영향 받지 않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것은 스포츠를 구성하는 요소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다. 모든 스포츠 경기는 어떤 종목이던 간에 불확실성이 내재되어 있다. 공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이며, 인간은 불완전하고, 게임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팀의 연금술과 인간 상호작용의 무작위성. 나쁜 플레이에도 불구하고 이길 수 있고, 위대한 플레이에도 불구하고 패배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이 준비를 했든,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했든, 보장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성공적인 회사는 이런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불확실성은 투자자들에게 환영 받지 못하며, 시장에도 나쁘고 사업에는 더더욱 나쁘다. 그렇기에 현대의 빅 클럽들은 수익 극대화, 보드진의 역할 강화 혹은 심지어 본인들의 영향력을 활용하여 챔피언스리그 규칙을 본인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면서까지 이런 스포츠의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열중하고 있다. 이 사실에 대해 놀랄지는 모르겠지만, 바르토메우는 빅 클럽들이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할 경우 ‘와일드 카드’ 혜택을 줘야한다는 주장에 대해 매우 큰 호감을 가지고 있다.
경기장 위에서는 이런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거의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바르샤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계속해서 트로피에 도전할 수 있는 재정적 능력을 갖추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바르샤는 10여 년 전 마드리드가 했던 똑같은 실수를 따라하고 있다. 보드진에 안정감을 주었던 힘은 때때로 경기장 위에서는 반대로 작용하곤 한다.
현대의 빅 클럽은 불안정한 야수이다. 쇼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스스로 변신해야한다. 전술 성향이나 락커룸 분위기가 새로운 선수를 수용할 수 있든 없든 간에 매 이적시장마다 새로운 슈퍼 스타를 영입해야 한다. 팬과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형태의 온실의 압박은 클럽으로 하여금 즉각적인 해결책, 즉각적인 판단, 새로운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선수를 끊임없이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이 모든 것은 엔터테인먼트 상품이 된다.
지난 5시즌 동안 바르샤와 레알 마드리드가 지출한 이적료
마드리드가 이 사실을 깨우쳤고, 이제 바르샤도 발견했다. 앞으로 몇 시즌동안 이들이 항상 승리를 거둘 것이다. 물론 우승을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드진이 클럽을 현명하게 관리한다면 실패한 시즌도 상대적으로 보자면 성공한 시즌으로 보일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만들어낸 모델은 유용하다. 경기장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몇 년 동안 끔찍한 시즌을 보냈다. 클럽의 경기력은 계속해서 쇠퇴했고, 순위는 내려갔으며, 데이비드 모예스는 퇴출당했다. 그러나 클럽의 흑자규모는 연속해서 12년 동안이나 확대되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여부와 관계없이 말이다. 이것이 실패라면, 모든 클럽들이 이런 실패를 원할 것이다.
그러기에 Shuster의 언급은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틀리기도 하다. 이것은 바르샤의 끝이 아니다. 끝과 새로운 시작이 영원히 이어지는 순환 주기 중 단 하나일 뿐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주에 인상적인 변화를 목도했다. 엔리케는 시대에 뒤쳐진 3-4-3 전술을 들고 나와 메시의 폼을 거의 완벽하게 끌어올렸다.
그러나 지금의 모델을 완전히 새로 시작하지 않는 이상, 바르샤의 성공은 과거의 성공과는 다를 것이다. 게임의 흐름은 이미 바뀌었다. 지금 라 마시아 출신의 유망주 중 메시의 세대와 비견될만한 선수는 없다. 2011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출전한 바르샤의 선수 중 8명이 라 마시아 출신이었다. 이들 중 5명은 1998년에서 2004년 사이에 데뷔를 하였고 그 당시는 바르샤 최고의 암흑기였다. Sergi Samper나 Adama Traore와 같은 유망주들이 그 시절에 데뷔를 했다면, 이 위대한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었겠지만.
클럽들은 변화했다. 과르디올라의 시대와 같은 클럽 출신 유망주 세대는 없을 것이다. 바르샤의 유니폼에서 광고가 사라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유감스러울 수 있지만, 2017년 지금, 프로선수를 꿈꾸고 있다면, 단순히 비즈니스의 세계에 뛰어드는 것일 수도 있다.
바르샤는 지금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이것이 바로 핵심이다. 바르샤는 앞으로도 계속 흔들릴 것이다. 그러나 바르샤가 진짜 위기에 빠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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