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사회에서의 사생활
정부는 전자상거래를 선호한다. 현금이 없으면, 국세청의 감시를 벗어나는 것이 더 힘들어 지며, 경찰과 정보기관들은 전자거래에서 흔적을 지울 수 없는 기록들을 감시하기 더 쉬워진다. 작년 프랑스와 스페인은 현금거래를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프랑스에서 1000유로 이상의 거래를 할 때 현금을 이용하는 것이 불법이 되었다. 독일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현금거래가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불법행위와 마약의 뿌리를 잘라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더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겠죠.”
현금 없는 사회는 암시장의 종말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지만, 선량한 시민들의 입장에서도 종의 화폐의 종말은 불안하게 느껴진다. 신용카드는 이미 추적가능하며, 전자화폐를 통한 거래도 익명성이 사라지고 말기 때문이다. 사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전자화폐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정부가 모든 거래를 추적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거래기록이 남는다면, 경찰과 정보 기관 같은 정부 기관들이 이를 들여다 볼 수 있고, 보험회사, 세금 브로커, 사기범, 심지어 마케팅회사에 이 정보가 세어나갈 수 있다. Electronics Frontiers Foundation의 행동주의 운동가 Rainey Reitman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모든 지불거래 내역이 추적되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데이터 기록이 생겨납니다. 당연히 이혼변호사나 정부기관 등이 금융거래기록을 추적하여, 개인정보를 알아내려할 것이란 추측을 할 수 있습니다.”
부자와 빈자
Reitman은 부자는 상대적으로 자신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반면 일반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자금을 세탁하기 위해 법인을 만들거나 정치자금으로 기부하기도합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전통적인 은행계좌를 이용할 수밖에 없겠죠. 사생활은 사라질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현금 없는 사회는 그리 유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튠즈나 아마존 같은 곳에서 판매하는 것과 같은 선불카드가 이들이 식료품점에서 음식을 사는 것과 같은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Reitman은 “다양한 이유로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지 못하거나, 신용카드를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현금사용의 금지는 이런 빈곤층에게 커다란 문제를 야기할 것입니다.”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 미국인의 29%가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점점 그 수가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80~2000년대 생들이 신용카드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Bankrate의 발표에 따르면 메이저 회사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는 이들 세대가 63%에 달한다고 한다. 신용카드의 주요 대체재는 온라인 쇼핑몰의 선불카드인데, 높은 수수료로 인해 빈곤층들이 사용하기는 어렵다.
현금 없는 사회의 최전선인 스웨덴에서는 저소득층이 이미 현실에 적응했다. 노숙자들은 Situation Stockholm Magazine 자선단체가 제공하는 신용카드 결제기계를 가지고 있다. Situation Stockholm Magazine을 팔아 생계를 꾸려가는 65세의 Stefan Wikberg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결제기계의 도입 이후로 판매 부수가 30%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잔돈이 없어도 카드나 SMS로 결제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노숙자들이 파는 잡지를 카드로 결제할까요? 신용카드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는데도? 그러나 결과는 매우 좋았죠. 전체 판매량이 59%나 올랐습니다.”
대체 통화
정부발행 화폐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대체화폐가 그 자리를 차지할지 모른다. 이 비공식적인 결제 시스템은 이미 어느정도 상용화되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TEM, 캐나다에서는 Demi가 있다. 이런 대체 통화는 많은 장점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지역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의 TEM은 Volos에서 통용되는 지역화폐이다. 그리고 1200TEM 이상을 보유하거나 300TEM 이상 빚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규정덕분에, 일반 화폐처럼 보관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TEM은 지역에서 계속해서 유통되며 화폐유통속도를 높게 유지하여 지역상권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이재명 시장의 복지정책으로 발행되고 있는 성남의 지역화폐 역시 이와 비슷한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웨덴
현금 없는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궁금하다면 스웨덴을 찾아보면 된다. 스웨덴은 이미 거의 현금 없는 사회로 바뀌었는데, 스톡홀름에서는 영수증이나 잔돈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교회나 자선단체에 신용카드로 기부할 수 있고, Swish라는 어플을 이용해 지인들 사이에 돈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많은 은행들은 이미 영업점에서 현금 수령이나 분출을 거부하고 있으며, 지불 결제 어플도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스웨덴의 이런 실험은 현금 없는 사회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확연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도. 하지만 다른 기술 혁명과 마찬가지로, 해결해야할 문제점은 존재한다. 또 현금 없는 사회가 완전히 정착하기 전까지 전자화폐 결제수단을 갖추지 못한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견디기 힘들 수 있다.
현금의 종말은 꽤 멋진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신용카드와 현금카드가 등장한 뒤로 돈이 어떤 변화를 맞았는지 기억해보자.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계좌이체를 손쉽게 실행하고, 어플로 택시비를 결제하며 환전을 하지 않고 해외로 나가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널리 사용되는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PayPal은 올해로 벌써 창립된지 19년이 지났다.
현금의 시대는 이미 끝물에 있다. 레코드판과 필름카메라같이 완전히 대체되기까지 얼마나 남아있는지만이 관건이다. 혹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노점상에서 길거리 음식을 사먹는 것과 같이 소소한 일상에서 계속 사용될 수 있을까?
아마도 현금의 사용 유무가 저소득층을 나누는 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소득층은 은행 계좌가 없거나 전자 상거래가 불가능하기에 현금으로 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정부가 현금 사용을 당장 내일부터 금지한다면, 어떤 사람들은 분명히 전자 화폐를 이용하지 않고 재화를 거래할 수단을 찾을 것입니다. 불행히도, 그 방법은 아마 현금거래 보다 더 리스크가 크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