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빅브라더 - 시민들의 모든 행동을 평가하는 세서미 크레딧

당신이 하는 모든 상호작용에 대한 막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당신이 얼마나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를 단일 점수로 평가하는 독재정권을 생각해보자.

 

이런 정권하에서는 대출상환을 연체하는 것부터, 집권당을 비판한다거나, 부모님에 대한 효도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까지 점수를 하락 시키는 원인이 된다.

 

그리고 이 정권하에서는 이 점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유일한 지표가 된다. 그리고 이 지표에 따라서, 대출을 여부,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낼 수 있는지 없는지, 해외여행이 가능한지 혹은 고급 호텔에 묶을 수 있는지, 좋은 레스토랑에 예약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심지어 누군가와 데이트를 할 수 없는지가 결정된다.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경찰이 이를 막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세계가 아니라, 2020년 이후에 중국에서 일어날 일들이다. 중국정부의 야심찬 계획에 따라 개발하고 있는 광범위한 사회신용시스템으로 공산당은 ‘신뢰를 지키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성실한 대동사회’를 건설하려하고 있다.

 

지난 9월에 발표된 중국정부의 고위급 문서에 따르면, “어느 일부분에서 신뢰를 잃는다면, 모든 분야에서 제제가 가해질 것’이라는 대원칙에 따라 점수가 낮은 개인이나 회사에 제제가 가해질 수 있다고 한다. 특권층이라 할지라도 예외 없이, 사회적 신뢰를 잃은 모든 개인이나 기업에게 임의 조사나, 일상적 감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모든 기업과 국민들에 대한 정보를 한곳으로 모아서 각 개인과 기업의 정치적, 상업적, 사회적, 법적 ‘신용’을 평가하여 온라인으로 접근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공산당의 계획이다. 어떻게 점수가 취합되고 각각 다른 가중치를 부여할지와 같이 정확한 시스템의 운영 원리 같은 것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좋은 행동은 보상을 받고 나쁜 행동은 처벌받는다는 개념위에서 공산당은 절대적인 심판장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중국에서는 이를 “인터넷 플러스, Internet Plus’라고 부르지만, 비평가들은 21세기형 경찰국가로 규정한다. 7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온라인상거래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삶의 상당부분을 온라인에 의존하는 사회에서 빅데이터의 힘은 곧 법원과 경찰, 은행, 세금과 고용기록을 빨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 공무원 그리고 회사들은 시민들에 의해 프로페셔널리즘과 일 처리에 대한 정확성에 대해 평가될 것이다.

 

“중국은 전체주의 사회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정부가 개개인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영향을 끼치죠.” 중국의 소설가이자 사회운동가인 Murong Xuecun은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빅브라더입니다. 당신의 모든 정보를 가지고, 마음껏 휘두를 수 있죠.”

 

사회시스템의 핵심은 정부의 통제와 규제가 미치지 못하는 중국의 거대한 지하경제를 통제하려는 시도이다. 상한 음식이나, 가짜약을 파는 회사들을 처벌하고, 뇌물을 받는 관료들을 처벌하며, 서민들을 괴롭히는 조폭들을 잡아내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사기가 사회에 만연하고 있습니다. 이제 사기꾼들은 그 대가를 치루어야 할 것입니다.” Lian Weiliang 국가 발전 개혁위원회 부위원장이 말했다.

 

그러나 이 계획이 실현되면 공산당은 필연적으로 더 독재적인 면모를 취할 수 밖에 없다. 이 계획은 단순히 경제분야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공산당의 자비로운 지도아래 새로운 대동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중국 정권의 정치적 정당성은 이상적인 미래, 중국몽이 실현될 대동사회가 있다는 것에 기인합니다. 반 세기가 넘는 레닌주의와 광범위한 정보 수집과 처리를 가능케 한 기술적 발전에 힘입어, 공산당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을 가로막는 것이 점점 없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의 끝에서 공산당이 만족할 것 같지는 않군요.” 네덜란드 Leiden 대학의 법학교수인 Rogier Creemers가 언급했다.

 

중국의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 행동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기는 사회적 신용 등급을 부여하는 것은 거대한 기술적 도전일 뿐만 아니라, 매우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될 수 있어 중국인들의 신뢰를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기술적 타당성에 대한 의문부터, 정치적 타당성에 대한 의구심까지, 이를 13억의 인구에게 공개하는 것은 거대한 도전이 될 것입니다.”

 

공산당은 통제의 달콤함에 취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민심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당국은 2010년 중국의 남부지방에서 실시했던 베타테스트에서 강력한 반발로 인해 계획을 취소했어야 했다. 장쑤성 쑤닝시에서 2010년에 실시되었던 이 테스트에서는 좋은 행동을 하는 시민들에게 최대 1000점까지 포인트를 주고 나쁜 행동 예를들어, 사소한 교통위반은 –20점, 무단횡단, 음주운전, 뇌물수수 같은 범죄에는 –50을 주는 식으로 운영되었다.

 

어떤 패널티는 국민들의 사생활을 규제하려는 공산당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었다. 노부모를 모시는데 소홀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50점의 감점을 주었으며, 다른 패널티는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당의 권위에 위협하는 시도들을 분쇄하기 위해 설정되기도 했다. 당이나 정부의 공무원을 반해하는 행위에 50점의 감점을 주고, 인터넷을 통해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100점의 감점이 부여되었다. 반대로 모범시민으로 선정되어 “국가 훈장”을 받는 사람에게는 100점을 점수에 더해주었다.

 

이 기준에 따라 국민들은 4가지 기준으로 분류되었다. A등급을 받은 사람들은, 사업을 시작할 때 정부의 지원을 받거나, 공무원 임용이나, 군 입대 혹은 승진심사에서 특별대우를 받는다. 반대로 D등급을 받은 사람들은 공무원 임용이나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 탈락된다.

 

이 프로젝트는 1930년대 일본침략기에 시행된 “좋은 시민 카드”와 비교되어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주민들은 소셜미디어에서 항의를 했는데, “사회가 거꾸로 되었다”는 것이었다. 주민들이 공무원들을 평가해야지, 공무원들이 주민을 평가하면 안된다는 주장이었다.

 

쑤닝 시정부는 결국 프로젝트를 개정하면서, 여전히 사회 신용점수를 기록하겠지만, A-D 등급으로 주민들을 분류하는 것은 포기했다고 밝혔다. 쑤닝 시에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국 중앙정부는 이 계획을 계속해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경제적인 부분인데 중국에서는 매우 소수만이 신용카드를 소유하거나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때문에, 신용정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의 FISCO나 한국의 개인신용정보 같이 소비자들의 신용 리스크를 평가하기 위한 평가 체계가 없다는 뜻이다. 동시에, 중앙정부는 2008년에 일어났던 분유파동과 같은 기업의 불법행위를 효과적으로 처벌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은 결국 공산당이 설정한 도덕적 권위를 강제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중국의 광전총국은 온라인상에서 “불건전한”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려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부적절한 보도”를 하는 언론에 대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은 언론의 자기검열을 확대시킬 것이라 우려하였다.

 

WilmerHale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 Lester Ross는 이런 규칙들이 국민들로 하여금 ‘선 밖에 벗어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고안되었으며, 고객들을 위해 공격적인 변론을 하는 변호사를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마오 쩌둥이 주도한 문화혁명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것이다. 문화혁명기에 마오쩌둥은 지주, 부농, 우익을 포함하는 반동분자를 지목하고 이들을 박해하고 재교육을 받게 하였다.

 

사회적 신용 계획에서

는, 그때보다 처벌은 좀 덜 엄격하다. 기차의 우등석이나, 비행기의 1등석의 자리를 주지 않거나, 특급호텔, 해외여행, 자녀의 학군선택 등을 제한하는 것이다. 비록 처벌은 약해지겠지만 좀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Xuecun의 정부에 대한 비판은 정부의 검열로 삭제되기 전까지 웨이보에서 수백만 네티즌의 지지를 얻었다. 사회적 신용 계획이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들에게 큰 위협이 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제 소셜미디어의 계정은 벌써 여러번 검열 당했습니다. 아마도 정부는 저를 불량한 사람이라고 규정 하겠죠. 그러면 저는 해외로 출국하거나 기차를 타지도 못하게 될겁니다.”

 

정부가 승인한 사전 프로젝트에 따라 8개의 대기업이 온라인, 금융, 법적 정보를 망라하는 광범위한 신용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상거래를 운영하는 알리바바의 ‘세서미 크레딧‘이다. 수 억명에 달하는 사용자들 중 높은 점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보증금을 내지 않고도 차나 자전거를 렌트하거나, 병원의 원무과에서 긴 줄을 기다리지 않고도 스마트폰을 통해 간편하게 병원비를 지불할 수도 있다.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인 Baihe에서는 유저들에게 세서미 크레딧의 점수를 매칭 상대에게 보여주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이미 유저 중 15퍼센트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점수를 공개하였다.

 

Baihe를 2년 넘게 이용한 한 여성은 높은 세서미 크레딧 점수를 가진 파트너를 고르면 사기꾼들을 골라낼 수 있다며 만족감을 표시하였다.

 

“먼저 사진을 보고, 그다음 프로필을 보죠. 당연히 실명이 인증되어 있을 것이고, 세서미 크레딧 점수도 높아야 연락을 합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사기로부터 안전이 완전하게 보장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Fire Eye의 위험정보분석가인 William Glass는 중앙집중식 시스템은 해커들이 좋아하는 취약한 표적이라 분석했다. “이미 해커들이 활동할만 할 큰 시장이 형성되어있는데, 이 시스템까지 운영되게 된다면, 사이버범죄자들이 눈을 켜고 달려들 것입니다. 심지어 외국정부들도 이 시스템에 침투해서 정보를 탈취하거나 조작하려 할 것입니다. 이 시스템은 국민들의 신용도를 측정할 기반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정보가 디지털로 저장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여러 가지 위험이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