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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은 피곤하다

category # 생 각 들 2017. 2. 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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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시간이 30분이 지나도 난 여전히 길가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친구는 평소에도 자주 늦었고, 특히 이번엔 그 친구가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어서 만나기로 한 것이었다. 분노가 차올랐지만, 카톡으로 [진짜 미안해, 곧 갈게 다와가]라는 메시지가 오자 나는 [괜찮아. 천천히 조심해서 와!]라고 답장을 보내고 말았다. 이렇게 호구 취급당하는 것에 이미 지쳤지만, 그래도 나는 어쩔 수 없었다.



 

배려심이 강하거나 호구거나

 


지난 세월동안, 썩 좋지 않으며 내 삶을 피곤하게 하는 버릇이 생겼다. 배려심이 좋은 것은 나쁜 성격이 아니다. 심리학적 분석에 따르면, 배려심이 좋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회적인 조화를 추구하는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대단하지만, 가끔 이러한 성격은 좋지 않은 형태로 나타난다.

 

내 배려심의 일부분은 공감과 이해심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기저에는 나도 상대방에게 배려를 받고 싶다는 갈망이 자리 잡고 있다. 다시말해, 내가 상대방에게 잘 대해주는 것은 상대방도 나를 잘 대해주길 원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우리가 배우는 것이 이것 아닌가? 내 배려심의 큰 부분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고,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는 것에서 기인한다. 다정한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나르시즘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내가 그들을 좋아하거나, 아끼지 않더라도 주위 사람들은 나를 좋아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배려심이 큰 사람들은 종종 너무 친절하기도 하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시간이 없어도 남이 할 일을 대신 해주고, 아직 화가 나 있음에도 사과를 받아주며, 믿지 않는 의견에 대해서도 동의를 해주며, 주위 사람들을 기쁘게 해줌으로써 결국엔 우리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관심과 배려라는 명분하에 이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한다.

 

사회심리학자인 Susan Newman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예스맨이 되거나, 항상 다른 사람에 맞추는 것이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스트레스 받고 불안해질 뿐이지요. 당신은 사람들에게 호구로 인식될 뿐입니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는 분명하다. 주변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데 너무 익숙해져서 정작 본인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잊게 된다. 이것이 예스맨들이 대게 우유부단한 이유이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너무 민감하기에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게 되었다.

 

친절함이 불이익으로 돌아올 때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타적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느낀다. 질린다고나 할까? 2010년에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게재된 연구는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원은 피실험자에게 개인보상과 그룹보상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게임을 하도록 요청했다. 연구원들은 사람들이 이기적인 행동과 이타적인 행동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했다. 사람들이 이타적인 플레이어를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이기적인 플레이어만큼 이타적인 플레이어를 싫어했다.

 

왜 사람들은 이타적인 플레이어를 싫어했을까? 연구에서는 2가지 이유를 지적했다. 첫째, 연구원들은 과도하게 이타적인 플레이어로 인해 나머지 사람들이 스스로를 나쁜 사람으로 여기게 되었다. 둘째, 다른 이들은 이타적인 플레이어를규칙 위반자로 간주했다. 이타적인 플레이어들은 일반적인친절함의 수준을 넘어 과도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퍼주었다. 그리고 다른 플레이어들은 실제로 이타적인 플레이어들을 쫓아내기를 원했다. 너무 착한 모습을 보이면 주변 사람들이 당신을 싫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가상의 실험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2011년 노트르담 대학의 연구원들은 예스맨 성향을 가진 직원이 불평불만이 많은 직원들보다 현저하게 적은 임금을 받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특히, 남성 예스맨들은 불평불만이 많은 남성 직원보다 18%나 적은 임금을 받았는데, 여성 예스맨들은 불평불만이 많은 여성 직원보다 단 5%만이 적을 뿐이었다.(연구에 따르면, 아마도 배려심이라는 성격이 여성에게 좀 더 수용 가능한 특징이라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한다. 이것이 불평불만이 많은 남성과 불평불만이 많은 여성의 젠더 갭(Gender Gap)이 더 큰 이유일수도 있다고 한다.)

 

당신이 예스맨이라면, 분통을 좀 더 많이 터트려라. 그렇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당신을 호구로 볼 것이다. 하지만 대게 예스맨들은 그러지 못한다. 그리고 호구들은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는다.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하는 대신 끌어앉고 웅크리고 있을 뿐이다. 다른 연구에서는예스맨들이 실제로는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보다 더 비판적이라고 한다. 연구원들은 이를 “Pollyanna Myth(낙천성의 신화)”라 명명했다.

 

연구들에 따르면, 예스맨들은 일반적으로 친사회적인 행위에 대해서 더 호의적으로 받아들였지만, 반사회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들의 판단보다 더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또 다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주변에 대해 너무 잘하려하다가는 판단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연구들이 말하는 바는 배려가 상대방에 대한 공감과 맞닿아있다지만 너무 과하게 상대방을 배려한다면, 판단력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너무 과도하게 배려를 하다간집단사고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 집단사고는 기본적으로 집단의 결정에 독립적인 사고를 하지 않고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집단의 경향을 의미한다. 집단에 예스맨이 너무 많아질수록 집단사고에 빠질 위험이 더 커진다. 집단에 있어서 불평불만이 많을수록 더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또 다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해준다. 아마도 이로 인해 예스맨들이 업무에서 종종 낮은 성과를 내는지도 모른다. 혁신이나 창의력보다는 대게 사회적인 조화를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다.





그만 예스맨이고 싶다

 

예스맨에서 벗어나기 위한 궁극적인 해법은 다른 사람과 불화가 생기거나 미움을 받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것이 지불해야 하는 대가이다.

 

누군가를 기쁘게 하기 위해선 먼저 우리 존재의 솔직한 표현을 통해 불쾌감을 줄 수있다는 위험을 받아들여야합니다. 효과적인 매력 포인트는 우리가 사회적 실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옵니다.

 


지난 몇 년간 주변사람들에게 맞춰서 살아온 결과 이제 더 이상 그러지 않고 싶어졌다. 핵심은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것에 일종에 복종심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주위의 사람들이 다 나보다 잘난 것 같았고, 그들에게 내가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받고 싶었다. 사회 초년생일때는 이러한 태도가 나쁘지 않지만 20대 후반을 지나 30대에 이르기까지 주위 모든 관계에서 이러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앞서 말한 모든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그런 관계로 원칙을 세웠다. 궁극적으로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겠지만, 아래 규칙들은 이런 태도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생활의 매 순간을 기회로 생각해보자

 

단순히 반대하기 위해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당신이 복종심이 강하다면, 괜찮은 극복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나는 무의식적으로 지인들에게도, 낯선사람들에게도 동의하곤 했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낯선사람과 부딪히는 것을 기회로 삼았다. 예를들어, 최근 저가항공을 타게 되었을 때, 옆자리에 앉은 승객이 불평하기 시작했다. 의자가 뒤로 젖혀지지 않고 승무원이 불친절하다는 것이었다. 무의식적으로맞어, 짜증나네.”라고 동의해버릴 뻔했지만, 대신 동의하지 않는 부분을 찾아냈다. “맞아요. 그래도 싼대는 싼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돈 낸만큼 서비스 받는거죠.” 옆자리 승객도 웃으며 동의했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 대화로 인해 좀더 자신감을 가질수 있게 되었다. 이런 문제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약간 미친소리처럼 들릴 수 있지만, 만성적인 예스맨들에게는 다른사람의 의견에 반대하는 것 자체가 매우 큰일이다. 이런도전과제를 반복하면서 다른 사람과 말하는게 조금 더 편해졌다.

 

사용하는 언어

 

단어는 중요하다. 그리고 예스맨으로서 나보다 다른 사람을 우선시하는 언어를 사용하곤 했다. 미안한 일이 없어도 항상죄송합니다.”, “미안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사람들이 나에게 부탁하는 일이 있어도 항상괜찮아 문제없어, 더 부탁할거는 없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내 언어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대신고마워요”, “다른거 더 필요한 거 없어?” 대신괜찮아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방법은 다른 사람은 나를 신경도 쓰지 않는 다는 것을 되새기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걱정을 안고 있다. 혹은 네가 진짜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것을 상기하는 것만 해도 꽤 효과가 있다.

 

물론, 극단적으로 나아가서 모든 것에 불평불만을 털어놓는 멍청이가 되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예스맨과 멍청이, 이 두 극단사이에는 거대한 회색지대가 있다. 자신의 가치와 자신감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친절함과 정중하게 거절하는 것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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