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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어도 괜찮을까?

category # 생 각 들 2017. 2. 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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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많은 부모님들과 마찬가지로 약 2개월 보름이 되는 그 시점이 왔다. 신생아인 올리버(Oliver)의 오감이 진짜 깨어나고 있었다. 단순히 깨어 있는 것 조차 아이에겐 너무 자극적이었다. 가끔, 우리가 불을 켜거나 문을 조금만 시끄럽게 닫아도 울기 시작한 것이다.

 

그날은 늦은 오후였고, 무릎에 앉아 울고 있었다. 흔들어주고, 먹을 것을 주고, 기저귀도 갈아줬지만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결국 기진맥진 할 때까지 필사적으로 울음을 멈추려 시도해봤다. 그리고 아이폰을 들어서 만화책 어플을 틀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자 마자 아이는 울음을 그쳤다. 작은 입은 놀라움에 벌어졌고, 아이의 손가락을 잡고 화면을 넘겨주었다. 또 다른 이미지가 화면에 나타났고 아이는 환하게 웃었다.

 

어머니가 부엌에서 들어와서는 공포에 찬 얼굴로 물었다. “애한테 뭘 보여주는 거야? 머리에 얼마나 좋지 않은지 모르니?”

 

그렇게 걱정 안해도 돼요. 조금 보는 것정도는 아무렇지 않아요.”

 

아내가 싸우는 소리를 듣고 옆방에서 나와 거들었다. “애를 바보로 만들려 작정했네!”

 

둘다 바보구만나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다시 아이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올리버가 다시 미친듯이 울기 시작했다.

 

무조건적인 기술 공포증

 

모든 새로운 기술은 자녀에게 해를 끼칠 것 같은 악마로 묘사되기 마련이다. 1835년 미국 교육 연감은 소설을 읽는 것이 필연적으로 사고를 제한하고, 유아의 불균등한 발달을 초래함으로써 정신적 능력을 제한한다. 그렇게 읽는 것은 뇌에서 되새김질할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선언하였다.

 

부모들에게 라디오는 너무 중독성이 강해서 자녀가 식사를 건너 뛰게 만든다는 경고가 있었고, 영화는 시청자들을 성적으로 문란한 범죄자로 물들였습니다. TV는 바보상자였고, 비디오 게임은 폭력적인 살인자를 만들었다. Fredric Wertham1948년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잘못 그려지고, 잘못 쓰여지고, 잘못 출판되었다. 어린 눈과 신경계에 너무 위험한 자극이 가해지고 있다. 악몽과 같은 종이의 효과는 폭력을 자극한다. 다음세대가 지금의 우리보다 폭력적이지 않게 되기를 원한다면 미국의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은 만화 잡지를 박살내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

 

나는 어머니의 핸드폰에 대한 의구심을 새로운 장치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과 신체 건강에 악형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과거의 무조건적인 기술공포증의 한 형태라고 생각한다. 아이폰 사건이 있은 지 며칠 후, 텔레비전과 컴퓨터 그리고 비디오 게임이 유아의 뇌 발달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수많은 과학적 연구 링크를 어머니로부터 받았다.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화면을 너무 많이 쳐다보면, 언어능력, 집중력의 저하, 정서적 불안정성 그리고 주의력 결핍 장애를 유발 할 수 있다고 한다. 2011, 미국 소아과 학회는 2세 미만이 어린이가 스크린에 노출되면 해롭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어머니가 보낸 가장 위험한 경고는 Millennium Cohort 학회에서 조사한 것이었는데 2000년에서 2002년에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장기간 추적 연구 끝에 5살 이전에 스크린에 3시간 이상 노출되면, 친구들과 싸우거나 물건을 훔치는 것과 같은 반사회적 행동이 더 많이 나타난다는 것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올리버에게 아이폰으로 만화를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지적 잠재력에 악영향을 끼치는게 아니라 미래의 훌리건으로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Semel Institute for Neuroscience and Human Behavior의 교수이자 iBrain의 저자인 Gary Small 박사는 어린 아이들에게 기술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걱정이 있습니다. 스크린에 너무 많이 노출되면 나중에 사회성과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과 타블렛의 새로운 물결은 TV보다 유아들에게 더욱 치명적입니다. 아이를 방에 아이패드와 함께 놔두면, 아마 다른 장난감들보다 아이패드를 더 선호하겠죠. 때때론 엄마보다 아이패드를 선택하기도 할 겁니다.”라고 말하였다.

 

이것은 고통스러울 만큼 감히 무시할 수 없는 증거였다. 나는 트위터를 보면서 잠에든다. 적어도 한달에 한번 아이폰 게임에 빠져서 내려야 할 역을 놓치기도 하고, 디지털 기기에 대한 애착으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데, 새로운 기술에 집착하는 못난 아버지가 되어 아들을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니.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웹서핑을 하는게, 아이의 민감한 뇌에는 마치 간접흡연과 같은 일이었다니

 

아이의 첫번째 아이패드

 

아기의 생후 첫 2년동안 뇌의 무게는 3배로 증가한다. 이런 폭발적인 성장은 인생에서 다시 없을 중요한 순간이다.  이 초기시기는 정신 발달에 가장 결정적인 시기이며, 성인이 되었을 때의 기초를 마련한다. 뇌의 뉴런들을 연결하는 시냅시스는 이 시기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우리는 뉴런당 2500여개의 시냅시스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3살이 되면 15,000여개로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이후에는 다시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성인이 되면 익히기 어려운 언어적 능력을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지 설명해준다.

 

하지만 나에게 이는 이른 시기에 아이들에게 새로운 기술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논거가 되는 것 같았다. 뇌가 막 발달하는 시점에 어플에 익숙해지고 게임을 통해 상호작용한다면, 아이는 디지털 기기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어른이 되었을 때 먼지에 뒤덮인 유물로 전락할 책을 읽으라고 다그칠 필요가 있을까? 전신과 타자기도 이미 그렇게 사라지지 않았던가?

 

만약 올리버가 피겨스케이터나 다른 무언가가 되고 싶다면 당연히 도와주겠지만,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밀어 붙일 수 있는 부모의 특권으로서 Douglas Rushkoff의 모토를 가슴에 담도록 하겠다. 프로그램하거나 프로그래밍하라. 아이의 밝은 미래를 위해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코딩과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을 사랑하게 하는 것이다.

 

이 이론적 근거를 정당화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시애틀 아동 연구소의 아동건강, 행동 및 발달 센터 소장인 Dimitri Christakis 박사에게 연락을 했다. “스크린은 전적으로 전달 매체일 뿐입니다. 부모님이 집중해야 할 것은 내용이죠. 스크린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미국 소아과 학회 회원이지만, 전자 매체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학회의 의견은 구식이라고 생각합니다.”

 

Christakis는 수동적인 것과 능동적인 소비의 차이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가 실시한 연구에서 아이들을 2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티비와 블록 장난감을 가지고 놀도록 하였다. 그 연구에서는 능동적으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던 그룹의 아이들이 후속 언어 습득 테스트에서 훨씬 더 나은 점수를 받았다. Christakis는 이제 TV와 상호작용하는 아이패드 게임을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실험이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아이패드 게임이 뇌에 미치는 영향은 아마 TV보다는 블록 장난감 쪽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위스콘신 대학교의 발달심리학과 조교수인 Heather Kikorian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아이들을 2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그냥 비디오를 틀어주었고, 다른 그룹은 스크린을 터치하면 글자가 나오는 방식으로 단어를 알려주었다. “30개월 이전의 아이들은 상호작용하는 요소가 있을 때 더 빨리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터치스크린 디바이스의 교육 도구로서의 잠재력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TV에 비교하면요.”

 

균형잡힌 접근


 

아내와 나는 올리버를 데리고 캐나다에서 있을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교외에 나갔다. 기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경치가 꽤 볼만했다. 좌측으로는 허드슨 강이 흐르고 있었고 오른쪽으로는 Champlain호수가 있었다. 하지만 기차를 11시간 동안이나 타고가야 했기에, 어린 올리버는 곧 지루해 했고, 울기 시작했다. 아내는 아이를 창가에 올려 지나가는 풍경들을 감상하게 했지만, 아이는 어떠한 감동도 받지 못한 것 같았다. 결국 내가 아이패드를 꺼내 Anomaly Korea 게임 어플을 틀어주고 말았다. 아내는 애한테 풍경 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안드니?”라고 쏘아붙였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죄책감을 느껴, 게임을 끄고 올리버를 다시 창가로 올려 보내야했다.

 

식탁에 앉은 가족들이 각자의 핸드폰만 보고 있는 것은 함께 있는 고독의 전형적인 예이다. 하지만 아이패드 게임은 아이와 내가 함께 서로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몇몇 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한다. ” Conney Center at Sesame Workshop의 전무이사인 Michael Levin은 이와 같이 언급했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아이패드 같은 상호작용이 가능한 디바이스는 학습과 부모 자식간에 신뢰감을 높이기에 좋은 수단입니다. 단순히 화면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함께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Levine은 신기술에 대한 나의 관심으로 아이를 교육하는 것에 동감할 수 있다고 한다. “The GraduateDustin Hoffman에게 미래는 디지털이었죠. 저는 아이들에게 디지털과 세계화에 주목하라고 가르쳤습니다. 당신이 아이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시대의 언어입니다.”

 

Levine은 어린이들에게 디지털 디바이스를 전혀 보여주지 않겠다는 생각은 사실 좀 비현실적이다. 너무 그렇게 빡빡하게 굴지마시길, 어차피 몇 년 후에는 온 세상이 웨어러블 기기가 가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 있었던 결혼식은 휴대전화나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몬트리올 외각 구석진 캠핑장에서 있었다. 첫 하루동안 나는 강박적으로 휴대폰을 계속해서 확인했다. 어쩌다 잡힐 수도 있는 신호를 받아 혹시나 트위터 피드가 새로고침되지 않을까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나는 포기했다. 올리버는 호수가를 걷는 것을 좋아했다. 우리는 종종 숲길로 산책을 나갔고, 강둑에서 먹이를 먹는 오리떼를 구경하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올리버를 억지로 디지털 기기에 노출시키지 않으면, 디지털 문외한으로 커갈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는 것이 쓸모 없다는 것. 마치 아이에게 잠깐이라도 디지털 기기를 보여주면 뇌에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믿는것과 같은 멍청한 걱정이었다. 다양한 삶의 모습에 균형 잡힌 태도를 취하는 한, 아이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열정을 다잡고, 중독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지금 올리버를 디지털 기기로부터 보호하려고 애쓰는 것은, 나중에 십대가 되어있을 올리버에겐 구식으로 보일 것이다. 마치 내가 랩 CD들을 모으던 것을 걱정한 부모님들 처럼. 매사추세스 공대에서 유아발달과 미디어에 대한 연구를 한 심리학과 교수 Daniel Anderson디지털 미디어는 너무 급격하게 바뀌고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연구자들도 따라가기 힘들죠. 오늘날 TV는 기본적으로 40년전과 크게 바뀐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20년전과는 상상할 수 없이 많이 바뀌었죠. 물론 10년전과도요.” Anderson 역시 아이를 키우지만, 아이에게 TV를 얼마나 허락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있지만, SNS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하는지 모른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변화는 아마 계속 가속화될 것입니다. 아마 우리는 지금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위에 서있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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