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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은 왜 미끄러울까?

category # 생 각 들 2018. 3. 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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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올림픽에서 가장 오래된 종목 중 하나가 바로 피겨 스케이팅이다. 하지만 얼음위에서 스케이트가 어떻게 미끌어지는지에 대한 의문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자들이 스케이트의 원리에 대해 이미 알아냈다 생각할 것이다. 얼핏 간단해 보이는 이 문제는 사실 꽤나 복잡하다.



사실 얼음 그 자체는 본질적으로 잘 미끄러지는 물질은 아니다. 얼음과 아주 약간의 물이 결합해야 우리가 잘 아는 미끄러운 빙판이 되는 것이다. 이를 과학적인 설명을 하자면, 마찰력이 최소화된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얇은 수막(水幕)이 어떻게 이 같은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과학자들은 아주 오랫동안 골머리를 썩어왔다.



가설 1: 압력


가장 처음으로 이에 대한 해석을 내놓은 것은 마이클 페러데이였다. 페러데이는 압력에 주목했다. 1850, 페러데이는 런던의 왕립협회에서 2개의 얼음조각을 문질러 하나로 합칠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시연했다. 페러데이는 얼음조각을 문지르며 발생하는 압력이 얇은 수막을 만들어내고, 이 수막이 얼음의 냉기로 급격히 다시 얼어붙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압력만으로는 스케이트를 설명할 수 없었다. 얼마나 무거운 스케이터가 빙판위에 올라가든, 그 무게만으로는 얼음을 녹일만 할 충분한 압력을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주목한 또 다른 해석은 바로 마찰열이었다.

 

움직이는 스케이트와 얼음사이의 마찰로 인한 발생한 마찰열로 인해 물이 발생하고, 이 때문에 미끄러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마찰열이 발생하려면 움직이고 있는 상태여야 하고, 우리 모두는 꽝꽝 얼어붙은 빙판 위에서 넘어졌다 일어나려 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이미 얼음이 미끄러워 비틀거렸던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가설 2: 물과 얼음 사이?


2014년 싱가폴의 한 교수는, 얼음에 발생하는 얇은 수막이 우리가 그동안 생각해왔던 것처럼 액체가 아니라 주장했다. 바로 초고체 표면, Supersolid skin”. 그는 이 표면의 수막은 고체라 주장했는데, H2O 분자사이의 결합이 약해지긴 했지만, 액체상태로 용해될 만큼 완전히 떨어지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주장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2013년 일본 홋카이도 대학의 연구진이 이 수막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실시했다. 연구진은 이 수막은 액체일수도, 초고체일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의 발표는 -액체라는 것이었는데, 완벽한 설명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반-액체는 고체와 액체 사이의 과도기적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여전히 만족스러운 해답은 아니었다.

 

얼음과 같이 우리의 일상에 매우 익숙한 물질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 감추어진 원리는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복잡할 수도 있다.

 


가설 3: 물과 얼음의 변환


2015, 왜 스케이트 같은 단단하나 물질이 얼음과 접촉했을 때 미끄러지는지에 대한 새로운 이론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대게 이 같은 오래된 난제에 따라오는 해답이 그러하듯 상당히 난해한 이론이기도 했다.

 

독일 율리히 연구소에서 발표한 연구결과는 얼음 마찰에 관한 이론적 설명과 실험 데이터를 결합한 것이었다. 얼음위에서 특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는 아주 얇은 수막을 형성한다. 이전의 수차례 연구에서 가정했듯, 마찰로 인해 수막이 형성된다면, 특정한 속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미끄러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율리히 연구진의 실험데이터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대신, 속도가 빨라질수록 얼음은 더 미끄러워졌다.

 

율리히 연구소의 연구결과는 모순적이다. 수막을 형성할 정도로 빠르게 미끄러지지 않는다면, 얼음과의 마찰이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이로 인해 어쨌거나 결과적으로는 수막이 형성되게 된다. 만약 수막을 형성할 정도로 빠르게 미끄러진다면, 얼음과의 마찰이 줄어들기 때문에, 형성되었던 수막이 다시 빠르게 얼어붙게 된다.

 

이 말은 즉, 빙판 표면은 물과 얼음 상태가 빠르게 바뀌며 미끄러지는 것을 극대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속도가 있으며, 일본 홋카이도 대학의 연구진의 주장처럼 -액체의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스케이트가 부드럽고 쉽게 얼음위를 미끄러질 수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문제는 얼음과 스케이트 날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은퇴했지만, 김연아가 빙판위에서 우아한 연기를 하는 것도, 이승훈이 심석희가 폭발적인 스피드로 스케이팅을 하는 것도 사실은 그 자체로도 물리학의 기적이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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