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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2.0



최초의 인터넷 브라우저 중 하나였던 Netscape가 공개되고 10년이 흐른, 지난 2004년에 Tim O’Reilly는 “Web 2.0” 컨퍼런스를 개최하여 웹의 방향성을 새롭게 제시했다. 많은 트렌드가 지나갔고 사실 그 중에서 2004년에 시작된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를 되돌아보면, 그 당시 컨퍼런스에서 사람들이 말하던 중요한 주제는 “이제 다이얼 모뎀이나 구식 브라우저의 한계를 생각하지 말고, 수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고 또 이를 당연시 여기게 된다면, 이제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였다. 



아직 모든 이들이 광대역 인터넷에 접속 하지도 못했고, 현대적인 브라우저도 없었지만, 그 때에도 이미 14.4K 모뎀과 구식 웹페이지의 한계를 가지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온라인 상에는 이미 충분한 사람들이 있었고, 새로운 사회모델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들도 있었다. 플리커가 2004년 야후에 인수될 당시 플리커의 사용자는 비록 지금 보기엔 초라해 보이지만, 150만명에 달했다. 



Mobile 2.0



이제 아이폰이 출시된지 이미 10년이 지났다. 2004년 즈음과 마찬가지로 초기의 불편함과, 막연한 추측이 점차 줄어들고 새로운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2004년에는 이를 ‘Web 2.0’이라 불렀다면 오늘날은 아마 ‘Mobile 2.0’의 시대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Web 2.0’이 ‘이제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광대역 인터넷과 현대적인 브라우저를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면, ‘Mobile 2.0’은 ‘이제 수십억명의 사람들이 고급형 스마트 기기를 가지게 되었다.’고 말하고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내일을 그려야 할까? 과거에 할 수 없었던 새로운 무엇인가를 상상해보자. 2007년에 나왔던 단순한 터치스크린이 달린 기기가 아니라, 배터리의 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훨씬 향상된 인터넷 속도를 제공하고, 고해상도 화면, 1994년의 PC보다 100배 이상 빠른 CPU와 GPU, 그리고 고성능 이미지 센서가 널리 보급되어 있다면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 


가장 변화를 감지하기 쉬운 곳은 인터페이스이다. 페이스북이 ‘모바일 네이티브’로의 전환을 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모바일 경험의 대부분은 아직 키보드와 마우스로도 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모바일 네이티브’ 인터페이스라고 볼 수는 없다. 반대로 최근 앱스토어에 나오는 어플들은 스마트폰, 특히 최신형 고급 스마트폰이 가지고 있는 차이점을 좀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화면을 스크롤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마우스가 절대 할 수 없는 터치나 스와이프를 어플의 최우선 입력수단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2007년 정도 당시의 PC의 그래픽 성능을 훨씬 넘어선 GPU를 통해 다양한 효과를 주고 있고, 터치와 더불어 이미지 센서를 키보드 이상의 주요 입력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을 결합하여, 데스크톱에서 구현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가고 있다. ‘모바일 우선’이 아니라 ‘모바일 전용’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의 이미지 센서는 ‘보편적인 입력장치’ 혹은 ‘보편적인 센서’ 로 자리잡고 있다. ‘카메라’ 라던지, ‘사진을 찍는다’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과 35mm DSLR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단순히 친구에게 이메일로 전송하는 것이 그리 큰 의미가 있는 변화일까? 


이정도의 생각을 하는 것은 새로운 도구를 과거의 틀 안에 가두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가벼운 장난감 같아 보이는 스냅챗의 렌즈(SNOW 어플과 비슷)와 스토리(스냅챗의 타임라인)는 이미지 센서와 스크린을 마치 하나의 입력장치처럼 사용해서 전혀 다른 차원의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어냈다. 


한편, 머신러닝 기반의 이미지 인식 기술의 출현은 이미지 센서가 가장 기본적인 입력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번역 어플에서 이미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수학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용자가 아니라 ‘스마트폰’이 이미지를 인식한다. 아직까지는 그리 많지는 않지만 앞으로 카메라를 이용하는 어플과 서비스가 더 많아질 것이다. 이전까지 컴퓨터는 문자는 인식할 수 있었지만, 이미지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카메라와 터치를 결합하면 더 풍부하고 재미있는 이미지와, 비디오 그리고 ‘움직임 Motion’이 만들어진다. 그것도 양방향으로. 지금도 텍스트보다는 비디오가 소셜미디어에서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TV나 Youtube에는 카메라가 달려있지 않아 사용자의 참여나 더 많은 상호작용이 제한된다. 


비디오는 HTML이나 Flash같은 새로운 형태의 표준으로 자리잡아, 더 풍부한 컨텐츠를 사용자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를 위해서는 더 빠른 CPU, GPU, 더 빠른 네트워크와, 무제한 데이터를 필요로 할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브라우저(IE, Chrome)에서 소비되지 않고, 대신 대부분 소셜 플랫폼에서 사용될 것이다. 사실 지금도 엄청나게 많은 컨텐츠가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모바일 어플에서 소비되고 있다. 다시 말해, 페이스북 뉴스피드가 가장 인기있는 ‘웹 브라우저’인 것이다.


‘비디오’가 새로운 HTML이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각각의 플랫폼들은 자신들의 우선순위에 기반을 둔 고유의 콘텐츠 포맷을 발전시키고있다. 스냅챗의 우선순위는 ‘풍부함’이기 때문에 비디오(비디오처럼 보이는)에 중점을 둔 콘텐츠 포맷을 만들었고, 구글은 다른 무엇보다 로딩 속도를 중요시하기에 AMP를 만들었다. 그리고 페이스북 역시 같은 이유로 인스턴트 Article을 개발하였다. 



다시 말해, 상용자는 어떤 플랫폼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각각의 우선순위에 기반을 둔 사용경험을 받을 수 있다. 사용자들이 플랫폼에 컨텐츠를 게시하려 하면, 플랫폼들은 컨텐츠를 어떻게 게시하는지 알려주고, 독자들을 연결해주며, 어떤 독자들이 사용자의 게시글을 읽는지, 또 이를 통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 알려준다. 





플랫폼 전쟁



무엇보다도, 모바일이 가능케한 사용자 경험에서의 변화는 선두기업들에게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주요한 이유이다. 


확실히, 쏠림 현상 자체가 중요한 변화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10년전에 웹에서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시장을 열었던 선도적인 기업이 있었고, 새로운 서비스들과 기업들이 ‘비어 있는 공간’을 메꾸어 나간다는 주장이다. 반면, 기술이 세상을 ‘묶었다’, ‘해체 시켰다’를 반복하는 흐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AOL이 콘텐츠를 모두 묶었다가, Web이 발달하면서 다시 콘텐츠 통제권을 해체 시켰고, 구글이 다시 Web세상을 손아귀에 잡았다가, 각각의 App이 다시 해체 시켰으며, 이젠 플랫폼이 다시 컨텐츠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진자 운동은 계속되어서 언젠간 다시 컨텐츠의 통제권이 해체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스냅챗이 페이스북으로부터 빼앗아 온 것은 단순히 ‘사진’이 아니라 ‘재미’와 ‘자기표현’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당연히, 이렇게 ‘묶는’ 것은 앱스토어가 지금껏 해온 일이기도 하다. 앱스토어는 사용자들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그리고 페이스북의 플랫폼이 애플과 구글이 가지고 있는 이 막강한 권력을 뺏으려 노력 중이다. 자신의 고유한 스마트폰 플랫폼 없이는 이젠 힘을 쓸 수 없다.   


또한, 스마트폰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형태의 주변기기에서 유사한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스냅챗 스펙타클(고글형 영상녹화 기기)나 아마존 에코는 서로 다른 의도로 개발된 것이지만, 둘다 단순히 스마트폰의 일부분을 떼어 새로운 포장을 덮어씌운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 어플의 일부분을 ‘해체’해서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낸다. 찰나의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더듬거리지 않아도 되고, 육성으로 밀가루 두 컵이 몇 Kg인지 간단하게 물어볼 수도 있다. 


그러나 녹화한 비디오를 어떤 앱으로 공유할지, ‘스프가 좀 더 필요하겠는데?’라고 말하면서 Alexa가 어떤 브랜드를 주문할지 사용자가 결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이 앞으로 플랫폼이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스마트폰의 기능을 일부 다시 ‘해체’하여 새로운 분야에서 플랫폼이 독자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독립적인 프로세스의 종말단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기기들은 또한 아마도 ‘Mobile 2.0’ 시대 이후를 겨냥하고 있을 것이다. ‘Web 2.0’의 시대 이후에는 ‘Web 3.0’이나 그 비슷한 것이 아니라 플랫폼 자체가 변화하였다. 아이폰의 등장이 기술의 중심을 데스크탑에서 모바일로 바꾸는 시발점이 되었다. 


에어팟, 스펙타클, 워치, 그리고 알렉사는 아마도 새로운 플랫폼의 전환을 예고하는 전조일 것이다. 머신러닝의 부상이 새로운 차원의 기술을 가능케 하는 한편, 컴퓨팅 기술의 최적화와 소형화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증강현실 기기가 곧 폭발적으로 출시될 것이고 아마도 AR이 다음세대의 멀티터치가 될 가능성이 보인다. 머신러닝 또한 이미지와 음성인식을 통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래서 모바일 시대의 S커브의 끝에서 아마도 새로운 세대의 또다른 S커브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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