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 이론
지난 10년 동안, 혁신의 중심이 우리 주머니 속의 스마트폰이었다면, 앞으로 10년 간 혁신은 도로위의 자동차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과거 휴대폰 업계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이제 자동차 업계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정확히 어떤 평행이론이 휴대폰과 자동차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을까?
자동차 업계의 혁신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매우 복잡한 현대의 자동차 인터페이스를 거의 스마트폰 수준으로 간소화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와 테슬라의 가장 최신 모델이자, 첫번째 보급형 양산 자동차인 모델3를 빼놓을 수가 없다.
모델3는 다른 어떤 자동차 제조회사의 제품들과 비교해봐도 가장 합리적인 가격의 전기 자동차이며, 가장 극단적으로 간소화 된 내부 인테리어와 인터페이스를 자랑한다. 모델3의 내부 인테리어는 대쉬보드의 중앙에 위치한 15인치 터치 스크린과 스티어링휠에 있는 몇 개의 버튼이 전부이다.
애플의 아이폰이 “하나의 터치 스크린을 통한 조작”으로 새로운 “인터페이스 패러다임”을 만들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아이폰과 테슬라의 모델3 사이에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사라진 버튼들
Nokia 9500 Communicator
아이폰 이전, 휴대폰은 노트북처럼 물리적 키보드가 달려있는 것이 당연했다. 첫번째 안드로이드의 프로토타입은 기본적으로 블랙베리와 매우 유사했고, 노키아의 가장 진보적인 스마트폰 모델이었던 Nokia 9500 Communicator는 새로운 시대와 만난 익숙한 과거 유산의 어색한 콜라보레이션이었다.
아이폰이 보여준 혁신은 오늘날 자동차 업계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자동차 인터페이스는 새로운 기술과, 터치 스크린을 적용하고 있다. 물론 일부만.
아우디의 최신형 럭셔리 세단인 A8은 전통적인 버튼 인터페이스를 탈피해 보려는 최근 자동차 업계의 아주 전형적인 예시이다. 노키아처럼 아우디는 버튼 인터페이스를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에슬라의 모델3는 아이폰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전통적인 버튼 인터페이스를 완전히 탈피한 풀 터치 인터페이스를 채택했다. 깔끔하게.
하나의 터치스크린. 모델3의 모든 정보와 상호작용이 이 터치스크린 위에서 이루어진다. 터치스크린 만으로 백미러 각도 조정 같은 것들을 포함한 자동차의 모든 것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테슬라 역시 아이폰이 홈버튼에 아주 기본적인 물리적 컨트롤 기능을 남겨놓았던 것처럼, 핸들에 아주 기본적인 버튼은 남겨두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테슬라는 자동차와 인간의 모든 상호작용을 소프트웨어로 통합했다. 이는 아직 우리에게는 매우 낯선 방식이다. 마치 아이폰의 풀 터치 인터페이스가 낯설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테슬라는 소비자들이 아이폰에 빠르게 적응했듯, 모델3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 같은 혁신을 밀어붙였다.
기술 보급
출시 이래, 언제나 아이폰은 꽤나 가격이 많이 나가는 럭셔리 제품군에 속했기에, 아이폰이 디바이스를 민주화했다는 표현은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폰은 애플사의 맥북 컴퓨터 기능의 다운그래이드를 통해, 최신 기술을 널리 보급하는 역할을 했다. 물론 아이폰 여전히 거의 100만원에 달하는 꽤나 비싼 축에 속하는 기기이지만, 그 전에 비하면 상대적 가격은 훨씬 싸진 것도 사실이다.
테슬라의 모델3의 역할도 비슷하다. 모델3는 현재 시장에서 가장 저렴하거나, 실용적인 모델은 아니다. 그러나 오토 파일럿과 같은 테슬라의 고급 기술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경험할 수 있는 보급형 모델이다.
아이폰과 모델3가 가지고 있는 또다른 유사점은, 시장에 출시가 천천히 진행면서, 매우 제한적인 초기 물량만 풀고 있다는 것이다. 우연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는 애플과 테슬라가 얼마나 공격적으로 신기술을 대중에게 푸쉬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유사점이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테슬라만 하고 있는 독특한 방식은 아니긴 하다. 그러나 테슬라는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ver-the Air, OTA)방식으로 아이폰의 업데이트를 제공한 애플처럼, 자동차 업계에 이를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휴대폰과 자동차의 소프트웨어는 원래 큰 변화가 필요 없는 정적인 분야였지만, 더 빠른 혁신이 이루어짐에 따라 지속이면서도 신속한 업데이트가 필수적으로 되었다. 모델 3의 가장 큰 혁신은, 단 하나의 스크린으로 자동차의 모든 소프트웨어를 집약했다는 점이다.
현실적이지 않은 컨셉을 제외한다면, 모델3는 여러 자동차의 인터페이스 중 PC와 모바일에서 보던 우리가 익숙한 것과 가장 유사하다. 생각해보자, 모델3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얼마나 쉬울지에 대해서 말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단 하나의 스크린에 대응하는 코드만 짜면 된다. 기존의 수 많은 개별적인 물리적 제어장치들과 통제 버튼이 아니라 말이다.
단순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테슬라는 일반적인 자동차 내부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조작버튼에 대응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며 이를 그리 어렵지 않게 해내고 있다. 그러고 이 디스플레이와 표준화된 하드웨어 플랫폼을 채택함으로써, 테슬라는 자동차 운영체제를 최대한 빠르면서도 효율적으로 업데이트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지금껏 우리가 보지 못했던, 차에 적용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이다.
카리스마 있는 CEO
스티브 잡스의 세련된 프레젠테이션 스타일과 달리 일론 머스크는 가끔 얼빠진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잡스나 머스크 둘 다, 브랜드 가치를 대변하는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머스크는 테슬라를 쿨한 이미지로 만들었다. 머스크 덕분에 사람들의 대화 주제에 테슬라가 오르내릴 정도이다. 지금까지 테슬라의 판매량은 사실 미미한 수준이지만, 스마트폰 업계에서 아이폰처럼, 테슬라는 거의 전기차 업체의 대명사와 마찬가지이다.
BMW, 닛산, 쉐보레 같은 많은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도 전기차를 만들고 있지만, “테슬라를 산다”와 같이 말할 수 있는 브랜드는 오직 테슬라 뿐이다. 다른 말을 덧붙일 필요도 없는 것이다.
모델3는 그리고 테슬라는, 지금 현재 매우 중요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위치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금 고객의 주문량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신뢰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앞에 놓인 수 없이 많은 의문도 해소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런 시기, 일론 머스크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CEO는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실제 차를 생산해서 소비자 앞에 가져다 놓기도 전에, 테슬라는 사람들에게 비전을 팔았다. 그 결과는 32만 5000대에 달하는 모델3 선주문이었다. 머스크는 애플에서의 잡스 역할, 그 이상을 해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
실리콘 밸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대게 허풍과 과장으로 보일 때가 많다. 그러나 실리콘 밸리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종종 그 허풍과 과장을 이들이 현실로 가져왔던 전례가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실로 이루어질 때마다, 온 세상에 문화적, 사회적 변화가 뒤따랐다.
아이폰, 구글, 페이스북 그리고 그 이전의 실리콘 밸리의 기원이 된 실리콘 칩. 지금 테슬라가 아이폰과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은 그리 과대평가가 아니다. 테슬라는 지금 자동차 산업 전체를 뒤흔들고 있으며, 그 기대는 나날이 더 커져가고 있다.
아이폰이 정확히 그러하였듯, 모델3는 가장 먼저 자동차의 모든 버튼을 하나의 터치스크린으로 통합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인터페이스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가 가져오려는 변화의 기초단계일 뿐이다. 그들이 바꿀 미래는 더 이상 운전하는 불편함을 겪지 않는 시대이다. 바로 무인 자동차가 그것이다. 지금처럼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는 것을 선택한다 해도, 보이스 컨트롤 혹은 개인화된 세팅 덕분에 시각적 방해가 최소화 될 것이다.
애플이 초기 아이폰이 출시되고도 꽤 시간이 지난 후 앱스토어와 iSight 카메라를 통해 휴대폰 업계를 완전히 바꾸었듯, 테슬라도 모델3 출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장기간에 거쳐 자동차 업계를 완전히 바꾸려 하는 것이다.
물론 테슬라의 성공에 대해 논하기는 매우 이른 시점이다. 그러나 만약 성공한다면, 이는 모델3 덕분일 것이다. 전에 아이폰이 그러하였듯, 모델3는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을 것이다. 그 후 소비자들은 기존의 자동차에 대한 기계적 접근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의 기술적인 접근이 가능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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