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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

제리, 75만 달러를 줄 수는 없어.

 

웨이드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젠장, 은행 이자 정도만 먹으려 했다면, 완벽하게 안전한 일만 했겠지. FDIC(연방예금보험공사)나 찾아 갔을 거라고. 이 정도가지고는 안되.

 

제리

. 근데, 내가….. 좋아. 네 돈 안전하게 돌려준다고 약속할게.

 

웨이드

제리, 지금 약속 따위로 넘어가려 하지 마.

 

파고(Fargo,1996)는 아마 우회적으로 그리고 직설적으로 약속을 다룬 첫번째 영화일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묻는다. 자신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약속을 지킬 것인가? 파고가 흥미로운 점은, 영화속에서 대부분의 상황이 법률 시스템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 불법적인 상황을 다룬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파고가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은, 정부의 강제력 없이도 서로를 믿을 수 있는가? 다른 말로 하면, 자연 상태에서 계약을 맺을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이는 이미 1651년 홉스가 다루었던 내용이다.

 

계약자 쌍방이 계약의 내용을 현재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신의계약이 자연 상태에서 체결되었다면 어느 모로 보나 이 계약은 무효이다. 그러나 그들 쌍방에 대하여 약정된 채무를 이행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충분한 권리와 힘을 가진 공통의 권력이 존재한다면 그 계약은 무효가 아니다. 만일 강제할 수 있는 권력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 말의 무게는 너무나 가벼워 먼저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야망, 탐욕, 분노 그리고 다른 욕망들에 대한 자제력을 잃지 않고 채무를 이행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

 

다른 말로하면, 우리가 약속을 이행하고, 다른 사람들 역시 약속을 이행할 수 있도록 강제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강제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계약 관계는 일반적으로 모든 사회와 비즈니스의 주춧돌이라고 할 수 있다. 홉스처럼, 우리는 정부의 강제력만이 이 같은 계약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올리버 윌리엄슨은 이 같은 생각을법 중심주의, legal centralism’라 명명했다.

 

법률 체계는 편리하고, 효과적이며, 저렴하게 계약을 강제한다.

 

법률 체계법으로 보호받는 계약만이 효력이 있다고 여겨졌다.


윌리엄슨과 엘리노어 오스트롬과 같은 다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은 이 같은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커리어를 바쳤다. 많은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 같은 법률 체계는 비용과 시간이 많은 소모되며, 때때로 부패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사람들은 정부의 간섭 없이도 커뮤니티 내에서 질서와 계약을 훌륭하게 유지하기도 한다.



계약



신뢰는 사회의 기반이다. 신뢰가 없으면, 우리의 삶은 홉스가 말한 자연상태 즉, 끊임 없는 의심, 음모, 불안으로 가득찬 지옥이 될 것이다. 물론 자연상태에서도 계약은 할 수 있지만,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계약을 어기고 사익을 추구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업은 상대방이 계약을 수행할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사회는 직거래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행히도, 계약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다양한 매커니즘이 존재한다. 물론 여기에는 각각 장단점이 존재한다.

 

사람들의 양심에 의존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 우리는 엄격한 윤리 의식을 가진 사람과만 계약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의 양심에 의존하는 것의 장점은 기관이나 외부의 강제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단점이 있다. 어떤 사람이 엄격한 윤리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속속들이 알 수 없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매우 좁은 인간 관계 안에서만 거래가 일어나며, 심지어 매우 양심적인 사람일지라도 상황에 따라 배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정할 수 있는 또 다른 매커니즘은 바로 평판이다. 누군가와 계약을 맺기 전, 상대방의 주변 사람들에게 이 사람이 어떤 전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비슷한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소규모 커뮤니티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누군가가 계약을 어긴다면,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히고, 장래의 거래에서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낯선 사람들과의 거래에는 적용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이 밖에도 계약 수행 여부에 따른 인센티브 시스템과 담보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이 있다.



인터넷 상의 문제


하지만, 마치 '자연 상태'와 유사한 현재의 인터넷은 모든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개인의 양심은 물론 언제나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역시 임의의 낯선 사람이 양심적일 것이란 보장은 없다. 이메일 주소나 ID와 같은 가명이 종종 실제 이름 대신 사용되기 때문에, 평판 매커니즘 역시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계약을 어기고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 평판을 초기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바이어던자연상태에서는 리바이던이라는 질서를 세우는 것 만이 유일한 해법일까?

 

손쉽게 새로운 아이디를 만들어 과거의 나쁜 평판을 초기화 하는 것을 화이트워싱(Whitewashing)이라고 한다. 화이트워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나쁜 평판을 없애지 못하도록 모든 신규 아이디를 시스템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안은, 모든 아이디를 실명이나 사업체에 연동시켜 나쁜 평판을 초기화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현실 세계의 신분과 온라인 상의 ID를 연동시키는 글로벌 실명확인 시스템을 만들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중국은 이미 세서미 크레딧이라는 이름으로 이 같은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작게는 도서관 연체기록부터 금융기록, 심지어는 인터넷에 정부 비판 글 작성 여부를 바탕으로 점수를 매기고 기차표 예매, 인터넷 속도, 여행 제한, 채용 여부에까지 영향을 준다. , 글로벌 실명확인 시스템은 사실 평판 시스템이라기보다는 권위주의적 감시 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빅브라더 - 시민들의 모든 행동을 평가하는 세서미 크레딧


현실세계에서 강제력을 부여하는 각종 매커니즘이 인터넷 세계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개인 양심에 맡기는 것은 이상적이지만, 신뢰할 수는 없다. 평판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1984의 빅브라더로 변질 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법률은 서로 다른 국가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각국은 서로 다른 법률체계를 가지고 있고, 온라인 상에서 익명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다른 나라의 법원에 출석할 가능성도 극히 낮다.




사용할 수 있는 '도구'



모든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 같은 것은 없다. 망치나 나사처럼, 각각의 도구는 각자의 상황에 맞는 쓰임새가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도구처럼, 우리의 강제력 시스템 역시 발명의 산물이다. 홉스 이래 수백년간 동안 우리는 계약이 법률 시스템에 의해서 보호받아야 하는 법률적 약속이라 생각해 왔다. 하지만, 법률 시스템은 계약을 보증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리고 더 좋은 방법을 찾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기술의 진보를 확인할 수 있는 발명이 바로 스마트 계약이다. 스마트 계약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계약을 강제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다. 물론 여기에는 다른 나라 사람과, 혹은 낯선 사람과의 계약 역시 포함된다. 확실하기 위해서 말하자면, 스마트 계약은 법률적인 장치가 아니다. 하지만 이 역시 스마트 계약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이점으로 생각할 수 있다. 스마트 계약은 법률 시스템 밖에서, 사법권 밖에서, 그리고 정부의 관할 밖에서 작동한다

 

스마트 계약 Smart Contract정부의 강제력 없이도 계약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스마트 계약


사법권이 대게 우리의 지리적 한계 내에서 작동한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그리고 세계 각국의 각자의 독자적인 법률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음을 생각해본다면, 이는 꽤나 큰 사회적 진보이다.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제도가 미비한 개발도상국에 사는 사람이라도, 상대방이 어느 나라 사람이건 상관 없이 동등하게 만족스러운 계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에서 신용을 창출함으로써, 세계는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린 세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스마트 계약


90년대 중반 프로그래머이자 법학자인 닉 자보(Nick Szabo)가 스마트 계약의 잠재력에 대한 일련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개발이 시작되었다. 자판기처럼, 스마트 계약은 기계적 원리에서 강제력을 찾는다. 다만 진짜 물리적인 기계를 사용하는 대신, 스마트 계약은 수 천명의 유저가 사용하는 컴퓨터에서 구동하는 개방된 분산 원장인 블록체인 상에서 구동되는 코드로 작동한다. , 중앙 통제가 없다는 의미이다.

스마트 계약코드로 구현되는 스마트 계약

이름이 주는 오해와는 다르게 스마트 계약은 인공지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스마트는 스스로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스마트 계약은 변조될 수 없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쓰여진 코드를 임의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약이라는 목적을 고려해볼 때 합의된 계약을 임의로 바꿀 수 없기에, 악의를 가지고 있지 않는다면 이는 매우 바람직한 제약이다.

 

하지만 프로그래머들에겐 이 같은 불변성은 꽤나 특별한 도전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코드에는 버그가 있고, 버그를 수정할 수 없다면, 최초에 코딩할 때부터 엄청난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스마트 계약을 코딩하는 것은 마치 NASA에서 우주탐사용 프로그램을 코딩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조그만 실수도 용납되지 않으며, 만약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대가는 어마어마할 것이기 때문이다.

 

스마트 계약은 특정 시간에 계좌 이체를 예약하는 것처럼 간단할 수도 있고, 훨씬 더 복잡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 계약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한계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가상화폐 같은 디지털 자산만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 가상화폐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질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약간 김이 새기는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계약 역시 특정 조건이 만족된다면 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물리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계약이더라도, 계약이 이행되지 않으면 소멸되는 채권을 스마트 계약에 포함하는 방식을 통해서 가능해 질 수도 있다.

 

스마트 계약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한계는 스마트 계약 코드에 입력되어 있지 않는 이상 외부 데이터에 엑세스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 계약 그 자체만으로는 날씨 데이터에 엑세스 할 수 없다. 날씨와 관련된 계약을 체결하고자 한다면, 날씨 정보를 제공하는 써드 파티로부터 관련 API를 받아와 스마트 계약에 코딩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써드 파티와 같이 믿을 수 있는 데이터 소스를 오라클(Oracle)이라 한다.




스마트 계약의 장점과 단점



스마트 계약은 이와 같은 여러 단점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법률체계에 기반한 계약 역시 나름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 계약을 법적 보호를 받는 현행 계약 제도의 완벽한 이상적 모델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이 둘을 객관적 시각에서 면밀히 분석해 본다면, 현행 계약 제도 역시 내재적 문제점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법률 체계법률체계에도 단점은 존재한다

 

먼저, 법률 시스템에 대한 접근이 그리 수월한 편은 아니다. 단순히 재판 날짜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재판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회사는 법원 밖에서 해결할 수 있는 개인 중재조항을 계약서에 마련해 놓기도 한다.

 

자주 간과되는 법률 시스템의 한계도 있다. 법원은 기본적으로 제 3자이기 때문에, 계약이 파기된 경우 발생하는 손해에 대한 추정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법원에서는 피해자가 받을 배상액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계약이 이행되지 않았기에 발생한 손해액일 얼마인지 피해자 측에 물어보는 것은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해자측에게는 피해액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보고할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법원은 손해 배상액을 결정하기 위해 심사숙고 하지만 흔히 말하듯, “법적 피해에 대한 평가는 계량과 객관화를 추구하지만, 사실 대부분은 주관적이며 본질적으로 측정이 불가능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평가액을 기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다하더라도, 합당하지 않다 생각되면 법원은 이를 무시할 수 있다. 그러므로 법적 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는 국가라 할지라도, 법률 체계에 기반한 계약 시스템은 본질적인 한계가 있는 것이다.

 

스마트 계약은 법률적 계약은 아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법률적 계약의 훌륭한 대안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제한적인 도구 상자에 새로운 도구가 추가되었다 생각하면 어떨까? 스마트 계약을 통하면 정부라는 강제력이 없이도 낯선 상대와 안심하고 계약을 할 수 있다. 이는 지난 수백 간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왔던 일이다. 만약 다음 수십년간 스마트 계약이 널리 보급되어 정부의 부패 혹은 제도의 미비에도 불구하고 낯설고 이질적인 사람들 사이의 계약을 가능하게 해준다면, 수백만명의 삶이 완전히 바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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