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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째 기회를 원한다면 안전마진을 확보하라

category # 생 각 들 2018. 2. 1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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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은 우리 모두에게 한번쯤은 다가온다. 살면서 한번정도는 죽을 뻔한 사고를 겪거나, 혹은 겪을 뻔 한적이 있지 않은가? 그것도 매우 멍청한 실수 때문에 말이다. 한번은 핸드폰을 하면서 길을 걷다가 차에 부딪힐 뻔한 적이 있는데, 온몸에 아드레날린이 솟아 오르면서, 정신이 번쩍 드는게, 바보 같은 짓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적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안전마진(Margin of Safety, 안전여유)를 지키는 것이다.



안전마진


안전마진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를 지킬 수 있을까?

 

안전마진은 원래 공학용어이다. 엔지니어들은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것보다 훨씬 더 위급한 비상사태, 예상치 못한 하중부하, 오용 또는 악조건을 견딜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한다.


 

다리를 한번 생각해보자. 만약 강을 건너는 500m짜리 다리를 설계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차선은 2개이며, 다리의 길이와 차의 평균적인 길이를 고려해볼 때, 한번에 대략 100여대의 차가 한번에 올라갈 수 있으며, 각 차의 하중을 약 2톤이라 가정해본다면, 다리는 최소한 200톤의 하중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물론 200톤이 이 다리가 견딜 수 있어야 하는 최소한의 하중이긴 하지만, 미치지 않고서야 어느 엔지니어도 딱 200톤의 하중을 견디는 것만으로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도보로 다리를 건너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누군가 차를 다리 위에 불법주차 시켜 놓는다면? 엄청나게 무거은 짐을 실은 화물트럭이 이 다리를 이용한다면? 갑작스러운 충격이 가해진다면? 기후가 다리의 내구성에 미치는 영향은? 이 모든 것을 고려해 본다면 다리가 견딜 수 있는 하중은 200톤보다 훨씬 더 커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나가던 새 한 마리가 다리 위에 내려앉는 것 만으로도 붕괴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안들을 고려하고 합리적인 계산을 내릴 수 있다면, 다리의 건설법과 스펙을 조정하여 다리의 안전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시스템이 견뎌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하중과, 실제로 견뎌야 할 하중의 차이이다.

 

그러므로 다리를 설계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온갖 상황을 가정한 최대 하중을 구하고, 최소 여기의 2배에 해당하는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를 진행해야 한다.

 

건축물이 일반적인 최대하중보다 훨씬 더 무거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다리를 건널 때, 비행기를 이용할 때, 혹은 2층 침대에서 뛰어내릴 때에도 큰 두려움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똑똑한 사람들이 어련히 알아서 이 정도 충격은 너끈히 견딜 수 있게 설계해 놓았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라 의심할 여지조차 없다. 물론, 사고는 일어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위와 같은 건축물들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충분히 안전하다는 믿음을 갖기에는 충분하다.



전설적인 스파이 폴 듀크


안전마진이라는 개념을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주관을 갖고 주변 환경 변화에 덜 민감해질 수 있을까? 안전마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엔지니어 뿐만이 아니다. 스파이도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1919년 러시아에서 활약하고 있던 영국의 유일한 비밀요원 폴 듀크와 그를 구조하기 위해 결성된 구조팀은 기묘한 모험을 겪었다.


 

폴 듀크는 애초에 전문적인 비밀요원이 아니라 피아니스트였다. 그는 러시아 문화에 깊은 흥미를 가졌으며, 이 때문에 상트페테르스부르크에서 볼셰비키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길 원하는 영국정부에 자원하여 임무를 맡았다. 하지만 폴 듀크는 군사 경험도, 정보원 경험도 없었지만 영국정부는 당시 가장 치열했던 첩보 현장으로 그를 파견했다.

 

그런데 영국 정보부인 MI6 역시 오늘날의 이미지와는 달리 그리 엄청난 실력을 가진 조직이 아니었다. 폴 듀크 구출 작전에서 MI6는 그리 정교한 계획을 수립 하지도 않았다. 그저 알아서 러시아에 잠입해서, 알아서 필요한 수단들을 확보하고, 알아서 보고서를 작성하라 지시한 것이다.

 

아무튼 폴 듀크는 음악가가 아닌 스파이로 러시아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는 훈련도 받지 않고, 장비도 없으며, 비상 연락망도 확보되지 않았고 심지어 그에겐 안가조차 없었다. 그냥 약간의 돈 다발과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희망 뿐이었다.

 

그러니 그가 훌륭한 스파이로 이름을 남기게 된 것이 오히려 더 신기한 일이었다. 그의 업적을 찬찬히 되돌아보면, 폴 듀크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경험에서 교훈을 빠르게 찾아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가 가장 먼저 배운 교훈이 바로 안전마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위험이 다가오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정신을 차리게 된다. 아니, 차라리 위험에 직면했을 때야 위험을 깨달을 수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위험에서 벗어나면 우리는 경험에서 교훈을 얻는다. 교훈을 얻지 않는다면, 똑 같은 위협이 다시 닥칠 수 있으며, 다음번에는 그다지 운이 좋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자신의 생명을 운에 맡기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1919년 상트페테르스부르크에 있다고 생각해보자.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러시아어로 대화하고, 문화를 이해하고, 길거리를 익히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점은 첩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전혀 감도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누구와 접촉을 할지, 어디서부터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할지도 불분명하다.

 

국경을 넘기 전 들었던 이름은 의심스럽고, 심지어 그 사람들은 이미 체포되었거나 매수 혹은 변절했을 수도 있다. 밤이 와도 잠을 편하게 잘 수 없으며, 돈이 있어도 아무것도 살 수가 없다. 심지어 거리 어디에서도 음식조차 살 수 없다. 배급제가 실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할 것도 없이, 어떤 기적으로 인해 운 좋게 쓸만한 정보를 얻는다 해도 어떻게 본국으로 이를 전달할 것인가? 당연한 소리지만, 그 당시에는 휴대전화도 인공위성도 없었다. 여권은 가짜이며, 비록 엄격히 통제되고 있지는 않지만, 당신이 얻은 정보는 모두 봉쇄된 국경을 넘어 인편으로 전달해야 했다. 1919년 당시 비행기나 자가용은 유용한 운송수단이 아니었다. 유일한 교통수단은 열차 혹은 도보 뿐이었다.

 

이것이 바로 폴 듀크가 맞이한 상황이었다. 한마디로 절망스러운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안을 고려해 볼 때, 그의 성공은 마치 할리우드의 말도 안되는 첩보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가끔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그 와중에도 무언가를 배웠다.

 

폴 듀크의 이야기를 묘사한 책의 일부를 한번 보자

 

초인종이 시끄럽게 울리자, 폴 듀크는 그제서야 뒤척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늦게까지 자고 있었다. Stepanova는 친절하게도 남는 침대에서 그를 재워 주웠으며, 심지어 오래된 파자마도 찾아주었다. 시트는 없었지만, 이불은 푹신했고, 그 덕분에 폴은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지금 시간은 오전 745분 그리고 그는 아직도 반쯤 잠들어 있었고 옷도 입지 않고 있었다


문 밖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있는 자들이 체카(볼셰비키 경찰)인가? 패닉 속에서 그는 어찌해야 할지 전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창문은 너무 높아서 뛰어내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멍청하게도 비상탈출구가 없는 곳에서 잠을 잔 것이다. 폴이 속절없이 가만히 서서 긴장하고 있는 동안 Stepanova는 누구인지 확인하러 문으로 다가갔다. 장이 꼬이는 것만 같은 긴장속에서 폴은 다시는 출구가 하나뿐인 건물에서 잠을 청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일반적인 경우엔 단 하나의 출구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니 대부분의 경우 하나의 출구만 있는게 당연하다. 그러나 폴 듀크와 같이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탈출할 수 있도록 비상탈출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찰 출현이라는 비정상적 하중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대문이다. 이후, 폴 듀크는 2개 이상의 출구라는 안전마진이 확보된 건물에서만 잠을 청했다.

 

이처럼 경험에서 교훈을 얻고 바로 적용하는 것은 그의 임무 수행과정에서 일관적으로 나타났다. 그는 같은 집에서 2일 이상 연속으로 머물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경우 하루마다 거처를 옮겼다. 집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화분을 창문에 가져다 놓는 식으로 신호를 줄 것을 집 주인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정보를 최대한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았다. 노출될 경우를 대비해 안가 주인들에겐 서로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그는 체카(볼셰비키 경찰)가 마침내 그를 찾아낼 경우를 대비해서 비상계획도 마련해 놓았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요원 한 명을 선정한 후, 그의 이동계획에 대한 세부사항 전부를 알려주었다. 만약 연락이 끊긴다면, 어느 안가의 집주인이 배반했는지 추론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이정도의 계획으로는 충분한 안전마진을 확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폴 듀크는 그가 발각될 일이 없다는 식의 오만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안전마진과 비용


충분한 안전마진을 확보하는 것이 항상 가능할 리는 없다. 대게 엄청난 비용부담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 듀크는 여분의 위장신분 몇 개를 더 확보하려 했지만, 수시로 신분증 규칙이 바뀌는 당시 볼셰비키 러시아와 같은 나라에서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항상 예상치 못한 일에 대비한 비상계획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수단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원하는 만큼 충분한 안전마진을 확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안전마진과 관련된 값비싼 교훈을 준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일은 말 그대로 예상을 못했던 일인 것뿐이다. 불가능 하다거나 일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안전 마진은 과거 지진이나 기상이변에 대응하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경험했던 최악의 수준에 대비하는 것과 진짜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은 다르다는 점을 후쿠시마는 보여주었다.

 

후쿠시마 원전은 쓰나미에 강타당해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건을 능가하는 방사능 재난이 일어났다. 해당 지역의 과거 지진활동 내역으로는 후쿠시마 원전을 강타한 쓰나미를 예측하기 어려웠다지만, 그 정도 규모의 쓰나미가 발생할 확률은 분명 있었다. 따라서 후쿠시마 원전은 쓰나미를 견딜 수 있는 안전마진을 확보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안전마진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안전마진과 비용은 상충관계이다. 더 안전하려면,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대가가 작다면 이를 대비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쓰는게 아깝게 생각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별로 비싸지도 않은 결혼반지에다가 보험을 들려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결혼반지를 잃어버린다고 해도 감정적인 상실감과 새 것을 다시 사기 위한 약간의 비용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핵 발전소에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그 결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참혹하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환경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도 확인 할 수 있듯, 일본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엄청난 피해를 감당해야 했다.

 

당신의 삶에 안전마진을 확보하기로 결정했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물론 삶의 모든 분야에서 안전마진을 충분히 확보할 수는 없다. 달리 말하면, 안전마진을 100% 확보하려면 일상이 사라진다는 의미이다. 현재 당신의 삶이 견딜 수 있는 최대하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고, 여기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수입의 100%를 모두 소비한다고 가정한다면,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은 없을 것이다. 실직, 사고, 질병과 같은 예기치 못한 일들은 당신에게 금융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 적금과 같은 여유자금이 없다면 당신의 재정은 완전히 무너지고 말 것이다. 최대하중을 초과한 다리가 붕괴하듯 말이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리스크를 구별하고 이에 대비한 안전마진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당신의 삶을 좀더 안정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어쩌다가 무슨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당신의 식탁에 올릴 음식 정도는 여전히 구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어디에 어느 정도의 안전마진을 구축해야 할지 알고 싶다면, 인생에서 가장 절망스럽고 고통스러웠던 시기를 떠올려보자. 아마 그 시간이 경험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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